[밀물썰물] 영도대교 도개

부산발전연구원(현 부산연구원)은 2013년 부산의 10대 히트 상품을 선정하면서 1위로 영도대교를 꼽았다. 영도대교는 그해 11월 27일 47년 만에 도개 기능을 복원하고 새롭게 개통해 부산 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부산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개통식에만 7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다리가 바라보이는 원도심 곳곳에서 역사적 도개 재개 장면을 지켜봤다. 일부 관광객들은 피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도다리는 일제가 1934년 군수물자 동원 목적으로 건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륙교이자 일엽식(一葉式) 도개교였다. 한국전쟁 때에는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에게 만남의 광장이었고 산업화 시기 가난에 내몰린 도시 빈민들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하기도 했던 아픈 현대사를 간직한 공간이었다. 육상 교통량이 늘어나고 상수도관이 연결되면서 1966년 9월 1일 도개 기능을 멈췄다. 공식 명칭이 부산대교였는데 1980년 현대식 교량인 부산대교가 건설되면서 영도대교로 이름을 바꿨다.
영도대교는 옛 부산시청 터에 제2롯데월드 건설이 추진되면서 운명이 갈렸다. 역사적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문화재청은 시 지정문화재로 관리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시 문화재보호위원회는 1년여 논의 끝에 ‘원형을 살린 재가설’ 결정을 내려 지금의 새 영도대교로 재탄생했다. 기존 영도대교를 철거한 부재들은 교량박물관을 만들어 보존하기로 했는데 제대로 된 공간을 찾지 못하고 10년 세월을 떠돌고 있다. 영도대교를 중심으로 옛 기억의 공간들을 되살려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던 시의 계획도 흐릿해졌다.
2015년 5월 고장으로 도개 중단 사태를 빚기도 했고 당초 매일 낮 12시에 15분 동안 도개하던 것을 영도 주민들의 반발로 오후 2시로 바꿨다. 영도대교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중구에만 머물고 영도로는 오지 않아 ‘영도대교’가 아니라 ‘중구대교’가 됐다고 반발한 것이다. 2020년 2월 25일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개를 중단하면서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부산시설공단이 중단됐던 도개를 11일부터 재개한다고 한다. 도개는 주 1회 주말에 실시된다. 부품의 내구 연한 등을 감안해 도개 횟수는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영도대교 도개 재개가 코로나로 침체된 원도심 상권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부산의 관광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벌떡 일어서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