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에 꽂힌 MZ세대 잡아라” 미술품 판매 팔 걷은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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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백화점에서 ‘아트’도 판다니까요?”

미술품을 소장하고 재테크에 활용하는 이른바 ‘아트 테크(Art-Tech)’ 바람이 불면서 유통가에서도 미술품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매장 내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미술품 판매에까지 팔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6층에 위치한 신세계갤러리에서 ‘페어리 테일스 展’이 한창이다. 오는 19일까지 개최되는 이 전시에는 7인의 작가가 회화 80점, 조각 2점, 영상 2점 등을 내놓았다. 자신의 작품을 소설가에게 맡겨 글로 풀어내거나, 그림과 글을 동시에 선보이는 방식의 신선한 전시다.
신세계센텀시티 ‘페어리 테일스전’
하루 만에 2명의 작가 46점 완판
롯데백 ‘아트페어 2022’도 성료
공예·디자인 제품까지 전시·판매
와인 오프너 오픈 전 구매 행렬
젊은 세대, 감상서 구매로 이어져
갤러리 측은 “각 작품을 글과 함께 감상하며 미술과 문학, 두 장르 간의 미묘한 관계도 느끼는 시간을 갖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물론,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찾는 고객의 호응 속에 전시 작품 판매 열기도 뜨거웠다. 지난달 21일 단 하루 진행된 판매 행사에서 무나씨와 박성옥, 두 작가는 작품 46점을 완판시키는 데 성공했다.

앞서 5월에는 롯데백화점이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인 ‘롯데아트페어 2022’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화랑이 아니라 백화점이, 갤러리가 아닌 호텔에서 진행한 독특한 아트페어였다. 순수 미술품뿐만 아니라 공예품, 디자인 제품까지 함께 전시·판매하며 유통업계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롯데백화점 측이 아트페어가 열린 4일 내내 각종 행사와 특전을 즐길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한 VIP 티켓 500장은 개막 전에 일찌감치 매진됐고, 아시아 최대의 화랑인 ‘탕 컨템포러리’의 중국 작가인 ‘우웨이’의 작품은 전시 기간 중 모두 완판됐다.

미술품 외에도 함께 전시된 한정판 디자인 소품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박서보 작가와 이탈리아 브랜드 ‘알레시’가 협업한 와인 오프너는 오픈 전부터 문의가 쇄도했다. 행사 시작일에는 오픈런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구매 행렬이 줄을 이었다. 준비한 와인 오프너 500점은 모든 물량이 폐막식 전 판매를 마쳤다.

이처럼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가 미술품 판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MZ 세대의 유별난 ‘심미안’ 덕분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은 SNS로 섭렵하고, 온라인 경매까지 나서서 기어이 손에 넣고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의 행보에 미술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젊은 세대의 미술품 사랑 덕에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처음으로 9000억 원 대를 돌파했다. 전시회를 찾아와 감상하고 적극적으로 구매까지 해주면서 미술 생태계를 선순환시켜 주고 있다는 평이다.

롯데백화점 아트갤러리팀 양민정 책임은 “처음 시도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고, 특히 젊은 세대의 비중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늘어 미술품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 롯데아트페어와 같이 화랑이나 갤러리 바깥에서도 대중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 행사들을 앞으로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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