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너무 올랐다” 건설사들 잇단 ‘계약 변경’ 요구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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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건설사들의 계약 변경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한 아파트 건축 현장. 부산일보DB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건설업체마다 기존에 체결한 공사 계약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현실화를 주장하며 계약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7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최근 에코델타시티 20블록 공공분양 아파트 건설사인 DL이앤씨 측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기존 계약을 변경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에코델타시티 내 다른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 건설사인 GS건설(19블록)과 대우건설(18블록)도 구두로 부산도시공사 측에 공사비 상향 조정 협의를 요청했다.

에코델타 아파트 짓는 3개 건설사
10년간 물가상승률 반영한 계약에도
최근 공문 등으로 공사비 상향 요청
부산도공, 법적 근거 없다며 난색
지역 재개발 현장서도 비슷한 잡음
하도급 고의 유찰도… 정책 지원 절실

이들 3사는 부산도시공사와 2년 전 계약에서 10년 동안 물가상승률 평균치를 반영해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평균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자 계약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부산도시공사 측은 계약 변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평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계약에 추가로 공사비를 인상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도시공사 내부에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해 공사비 증액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도시공사 측은 “다른 지역 도시공사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계약 변경이 이뤄지더라도 동일한 잣대가 필요하다”며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현장에서도 시공사들이 조합 측에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가 잇다르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공사비 인상을 명시한 사업장은 실제 원자재 가격 인상률에 근접한 건설공사비지수를 기준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어떤 지수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평당 100만 원 가량의 공사비 차이가 난다”고 전했다.

건설사 요청을 받은 대부분의 조합이 배임 등의 이유로 계약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는 설계 변경을 명목으로 본계약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 변경이 안 되면 수년 전 수주한 물량은 고스란히 업계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직 하도급 발주를 하지 않은 공사장은 확정된 공사비 때문에 협력업체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찰이 거의 되지 않았던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 발주도 최근에는 종종 유찰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하도급업체의 1차 고의 유찰을 막기 위해 통상 5~10% 공사비 증액되는 재입찰 자격을 1차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협력사로 제한하는 ‘고육책’을 쓰기도 한다.

부산 지역의 중견 하도급업체는 “업체 역량이 뛰어나 일감 수주를 많이 해 놓은 업체일수록 적자 폭이 큰 황당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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