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
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윤석열 정부의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를 두고 “인재는 검찰에만 있나”는 볼멘소리가 돌고 있다. 바야흐로 검찰공화국 시대가 되었다는 야당의 공격이 무색할 만큼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는 거침이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검찰에 편향된 인사는, 새로운 정권이 공정과 상식을 갖춘 사회,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연수원 검사 시보 시절, 열댓 건의 사건을 배당받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식당 김치를 가져가서 절도죄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횡령으로 봐야 할지 절도로 봐야 할지 고심 끝에 의욕이 앞서 아주머니를 검찰청에 소환조사했다. 그런데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빨간 눈으로 손을 벌벌 떠는 아주머니를 보고는,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검찰 권력의 행사는 신중해야 하고 최소한이어야 하며 최후의 보루여야 하는데, 간과한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검찰 권력이 정치권·국정 장악 우려
공직자 인사 검증 등 권력 집중 심화
정치 검찰이라는 부정적 인식만 고조
상호 견제·검증 없는 권력은 위험
정권 교체 원인은 새 인물 기대감
인재 골고루 중용하고, 시야 넓혀야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서 서슬 퍼런 검찰 권력이 정치권과 국정운영을 장악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극히 우려된다. 막강한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을 뽑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통치권과 행정권을 담당할 정권을 선출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그것은 결코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어서는 아니었으며,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들의 열망과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27년간 검찰 조직에만 몸담았던 윤 대통령은 보수정당 후보로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기에 윤 대통령이 검찰에서 인연을 맺은 인재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일이다. 정당 내부에 뿌리가 없는 윤 대통령이 믿을 만한 사람과 검증된 측근을 요직에 등용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윤 대통령의 인사 중 대통령실의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마저 모두 검찰 출신을 등용하고,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일차적인 인사 검증 기능을 담당하는 곳도 검찰 출신 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에 둔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 장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원장, 대법관 후보 검증까지 한다면 검찰 영향력이 사법부까지 미치게 된다. 인사권이야말로 핵심 권력인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신설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찰 라인’에 핵심 권력을 두겠다는 의중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시선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검찰은 범죄와 악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검찰 정화국’ 역할을 해야지, 검찰공화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정치권력과 가까워진다면,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국민에게는 정치 검찰이라는 부정적 인식만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
인사에는 능력주의와 효율성 외에도 다양성과 전문성, 지역과 성별의 탕평, 도덕성 등의 요소가 골고루 고려되어야 하고, 이는 권력 기관 간 상호 견제와 검증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오랜 기간 검찰 조직에만 몸을 담고 있던 윤 대통령이 측근에 검찰 출신들로만 포진하여 인사를 단행하고 그렇게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곳에서 견제 없는 권력을 행사한다면 제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치에 입문한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기는 길만 걸어왔다. 지난 6·1 지방선거도 국민의힘이 압승하였고, 승승장구 분위기 속에 자기 확신으로 마이웨이식 인사 단행도 거침이 없다. 권력과 대중조작에 대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버트 그린의 에서는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의 결정적 실수는 승리에 취해 멈출 때를 몰랐던 점을 꼽으며, 권력 행사의 법칙으로 ‘멈춤’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편향된 검찰 인사를 우려하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정치와 국정운영은 실리 못지않게 명분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인사가 진정성을 의심받고 거듭 시비에 휘말리면 결국 국정운영이 흔들리게 된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검찰총장이 아닌 한 국가의 대통령이다. 정치, 안보, 문화, 사회, 경제 등 국정 전반을 이끌어야 하는 수장으로서 넓고 다양한 시야를 가져야 한다. 청와대를 개방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긍정적 변화를 시도한 정부가 인사에서도 ‘내가 일해 본 사람’과만 함께하는 것보다는, 시야를 넓혀 다양한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 새 정부가 부디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