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술사’ 도성욱, ‘상상의 빛’ 들고 10년 만에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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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드는 빛, 실물 풍경이 아닌 상상의 빛을 그렸다.

숲을 그리는 작가 도성욱의 개인전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해운대구 중동 그랜드 조선 부산 4층에 위치한 가나부산에서 열리는 전시 ‘이모션(Emotion)’이다. 2012년에 이어 국내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도 작가의 개인전이다.

미술시장의 스타 작가였던 도성욱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몇 년간 투병 생활을 했다. 이번 전시는 걷지도 붓을 잡을 수도 없는 작가가 의지의 재활 훈련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불의의 사고 뒤 투병·재활 극복
사실적인 나무와 빛 추상적 표현
12일까지 가나부산 ‘이모션’ 전

도 작가는 장갑에 붓을 끼우고, 어깨와 손목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갤러리 측에서는 작가의 작업을 돕기 위해 전동으로 움직이는 맞춤형 이젤도 제작했다.

사실적인 나무의 묘사,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실제 숲을 옮긴 듯한 그림은 작가가 머릿속에 상상한 풍경이다. 그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나무는 화면 바깥쪽에 자리한다. 대신 빛, 공기, 안개 등 비물질적 요소가 그림 중앙에 놓인다. ‘컨디션-라이트(Condition-Light)’에서 작가는 ‘조건’으로서 빛을 산정한다. 여기에 더해 사고 이후 작가가 새로 시도하는 작업도 선보인다.

새로 제작한 ‘이모션-라이트(Emotion-Light)’는 의도적으로 형태를 뭉갠 듯 추상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갤러리 관계자는 “기존 컨디션 시리즈와의 차이가 확연하지는 않지만, 이모션 시리즈에는 인위적으로 빛을 더 넣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컨디션 시리즈부터 이모션 시리즈까지 총 3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앞으로 도 작가가 어떤 방향으로 작업을 이어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고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기 위한 작가의 피나는 노력이 엿보이는 전시에는 많은 관람객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그림뿐 아니라 그림을 그려낸 작가를 통해서도 ‘빛나는’ 노력의 시간이 느껴진다. 도 작가의 개인전은 12일까지 진행된다. 051-744-2020.

오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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