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올봄 역대 2번째 ‘고온 현상’… 5월 강수량 ‘역대 최저’
올봄 부울경은 역대 2번째이자 24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은 심각한 가뭄으로 역대 가장 건조했던 5월이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예년과 확연히 다른 기상 환경이 이어진 것으로, 부울경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8일 부산기상청이 발표한 ‘2022년 봄철(3∼5월) 부울경 기후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부울경 평균 기온은 14.3도였다. 평년 대비 1.3도가 높은 것으로, 역대 두 번째이다. 남동쪽 등에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따뜻한 남풍이 자주 유입된 것이 높은 기온의 이유였다. 역대 기온이 높았던 봄은 1998년 14.4도였다.
부산기상청, 3~5월 기후 분석
평균 14.3도 평년 대비 1.3도↑
5월 강수 일수 1.6일 ‘가뭄 심각’
날씨 불안전성 커지며 피해 우려
밀양 산불도 기후 재난 가능성
강수량은 이례적으로 적었다. 3∼5월 부울경 전체 강수량은 206.3mm로 평년의 59%에 불과했다. 역대 일곱 번째로 적은 양이다. 3개월간 비가 내린 날은 16.7일에 불과했는데, 역대 두 번째로 적은 기록이다.
특히 지난달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지난달 부울경 강수량은 3.7mm로 역대 5월 중 가장 적은 규모였다. 강수 일수도 1.6일에 불과해 역대 최저였다. 통상 5월 중 부울경은 9일 정도는 비가 내린다. 건조한 날씨 속에서 저기압 대기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반면 올 3~4월은 5월보다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습한 남서풍으로 대기 불안정이 강화돼 일시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였다. 빗줄기 변화가 거의 없이 잔잔하게 내리는 기존의 ‘봄비’와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기후가 형성됐다. 올 3~5월 전국 평균기온은 13.2도로, 전국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최고였다. 5월 전국 강수량 평균은 5.8㎜로, 역시 역대 최저였다.
따뜻한 기온, 적은 강수량, 갑작스러운 폭우 등은 기후 위기의 현상으로 이해된다. 기후 변화에 따라 예년과 다른 날씨가 이어지고 기후 불안전성이 커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기후는 재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1일 발생해 축구장 1000개 이상의 면적을 태운 밀양 산불도 기후 위기형 재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겨울철에 나올 법한 대형 산불이었던 만큼, 건조했던 늦봄 날씨가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올 3~5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기후 위기형 재난이 벌어졌다. 브라질·남아공·인도 등에서 기록적인 폭우와 산사태가 일어났으며, 필리핀에선 최대 풍속 80㎞/h의 폭풍이 불어 300명 가까운 이가 죽거나 실종됐다. 올 3월 남극 보스토크 기지의 최고 온도는 예년보다 36도 가까이 오른 -17.7도를 기록했으며, 인도·스페인·미국 등에서도 월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곳들이 나왔다.
이와 관련 박광석 기상청장은 “지난 봄철 인도·파키스탄·스페인 등 전 세계적으로도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며 “특히 5월은 대기가 건조한 가운데 강수량이 역대 가장 적어 재해 대응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설명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