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시타 안 터지는 ‘변비 타선’ 롯데, 점수 대신 잔루 ‘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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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적시타가 안 터지며 불펜 필승조를 내고도 지는 경기가 잦아지고 있다. 7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 11회초 포수가 공을 놓친 사이 롯데 투수 서준원이 홈으로 쇄도하는 삼성 김현준과 충돌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장면 1. 롯데 1번 타자 안치홍이 안타로 출루했다. 2번 타자 전준우가 때린 공은 병살타. 다음 3번 이대호는 삼성 라이온즈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11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왼쪽 담장을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를 쳐냈다. 2사 2루. 4번 D J 피터스의 우전 안타가 터졌다. 2루 주자 이대호는 3루에 머물렀다. 5번 타자 한동희가 3루 땅볼로 아웃되면서 득점 없이 끝났다.

#장면 2. 안치홍과 전준우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 이대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번 피터스의 볼넷으로 1사 만루. 5번 이호연이 타석에 섰다. 이호연은 뷰캐넌의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내야 땅볼로 1루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다. 그 사이 3루 주자 안치홍이 홈인, 1득점했다. 2사 1·3루. 다음 정훈 타석 때 1루 주자 이호연이 런다운에 걸리자 3루 주자 전준우가 홈을 파고들었고, 삼성 2루수 김지찬의 악송구로 1점 추가했다.

초반 4-0 리드 못 지키고 무너져
7일 삼성전 11회 연장 4-7 패배
1회 3안타 치고도 점수 못 뽑고
3·5회 대량 득점 기회마저 날려
후반 추격에 필승조 투입도 허사

#장면 3. 안치홍이 선두로 나와 또 안타를 쳤다. 전준우가 외야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이대호가 우전 안타를 쳐 1사 1·2루 기회를 맞았다. 피터스의 적시타로 안치홍을 불러들였고, 1사 1·3루 기회가 이어졌다. 다음 타자 이호연. 또 초구를 때려 2루수 땅볼이 됐고,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1점을 추가했다.

이 장면들은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7일 사직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벌인 홈 경기 공격 상황이다. 5월 이후 추락한 롯데 타격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들이다.

이날 롯데는 1회에만 3안타를 때리고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무사 1루에서 병살타가 나왔고, 다시 2사 2루에서 안타가 나왔지만 발이 느린 이대호는 홈을 밟지 못했다.

3회와 5회엔 성급한 타격으로 대량 득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3회 1사 만루 기회에 초구를 때려 땅볼로 아웃된 이호연은 5회 1사 1·3루에서도 초구를 건드려 땅볼에 그쳤다. 이호연은 땅볼로 2타점을 올렸지만, 흐름이 끊긴 롯데는 더 이상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물론 자신이 노린 공이라면 초구를 칠 수 있지만, 상대 투수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좀 더 볼카운트 싸움을 벌일 필요가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타격한다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롯데엔 유독 초구에 집착(?)하는 선수들이 몇몇 보인다.

결국 롯데는 6회 삼성에 4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4-3, 1점 차로 쫓긴 뒤 8회 동점 적시타를 내주며 연장전까지 갔다. 그리고 불펜 필승조를 다 소모한 뒤 11회초 안타와 실책으로 3실점, 4-7로 역전패당했다.

대량 득점 기회에 겨우 1~2점 뽑는데 그친 롯데는 결국 후반 추격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더우기 문제는 불펜의 필승조인 김유영, 구승민, 최준용을 모두 투입하고도 졌다는 점이다. 최근 롯데는 이런 식의 패배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도 롯데는 1회 3득점했으나, 추가점을 내지 못한 채 3-3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전에서 3-6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롯데는 9회말 무사 만루에서 단 1점도 내지 못하는 ‘변비 타선’의 전형을 보였다. 지난 2일 LG 트윈스전에선 12안타에 사사구 6개를 얻고도 2-2 무승부에 머물렀다. 두 경기 모두 불펜 필승조의 내상이 깊었다.

최근 10경기(7일까지)에서 롯데가 5점 이상 득점한 경기는 단 두 경기에 불과했다. 그것도 한 번은 5-14(1일 LG 트윈스전)로 대패한 경기였다. 점수를 내야 이기는데 지금 롯데는 그게 안 되고 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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