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화물연대 총파업, 산업 현장 곳곳 ‘물류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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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 산업계 곳곳에서 제품 출하를 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등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아직 물류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실제론 물류피해가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으며 아직 피해가 없는 현장에서도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안전운임TF 내에서 논의하자”고 말했지만, 언제 정부와 화물연대 간 논의가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8일 국토부와 화물연대, 산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일부 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공장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등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면서 “부품 수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정상 가동 못 해
시멘트·철강 등도 생산·출하 차질
건설 현장, 공사 중단 속출 전망
화물연대 “정부, 탄압 일변도 대응”
국토부 “안전운임TF 통해 논의를”

앞서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현대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의 운송을 전면 거부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 출입하는 카캐리어분회 250명, 납품기사 750명 등 1000명 조합원이 전원 파업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실시간으로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하는 ‘적시생산방식’으로 운영돼 부품 일부이 반입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시멘트 업계는 이틀째 출하가 중단되면서 손실이 큰 상황이다. 단양과 제천, 영월 등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에는 화물연대가 정문과 후문을 봉쇄하면서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시멘트협회는 전일 시멘트 출하량이 1만 5500t으로 평소보다 10% 이하로 감소하면서 하루 매출 손실이 153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시멘트 공급이 안되니 일부 레미콘 공장들의 생산도 중단되기 시작했다. 배조웅 전국레미콘연합회 회장은 “9일부터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곳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연쇄적으로 건설현장에서도 레미콘을 못받아 공사가 중단되는 곳이 속출할 전망이다.

주요 산업재인 철강 공급도 비상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현재 7만 5000t가량의 물량 운송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대전공장에서 출하되는 타이어가 평소의 30% 정도로 줄었고 금호타이어는 국내 공장 3곳에서 아예 출하가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날 화물연대는 조합원들에게 ‘자동차 부품 관련 납품 및 운송거부 지침’을 내려 실제 운송거부에 돌입하면 완성차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화물차주 130여 명도 파업에 들어가면서 편의점 업계도 소주 물량 부족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이날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는 비노조원 화물차량 운행을 가로막던 노조원 15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후문에서도 조합원 1명이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이 정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리창을 각목으로 깨뜨려 경찰에 검거됐다.

한편 화물연대는 이날 서울 중구 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화물노동자들은 최근의 유가 급등으로 심각한 생계위협에 내몰려 있다”며 “안전 운임제가 소멸하면 운임의 즉각적인 인하로 현장의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행태가 바뀌지 않고 탄압 일변도로 나와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국 자동차 생산 라인을 멈추고 유통·물류를 완벽하게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어명소 2차관은 이날 “앞으로 화물연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안전운임TF를 통해 안전운임제에 대해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안전운임을 유지할지 말지가) 법률개정사항이라 국회에 넘긴다는 입장이 아니다. 국토부가 운영할 안전운임TF에서 먼저 충분히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화물연대는 2만 5000여 조합원 대다수가 운송을 멈추고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화물연대 조합원(2만 2000여 명)의 34%인 75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 참여율은 물론이고 양측이 주장하는 전체 조합원 수도 다르다.

김덕준·권승혁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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