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숲/호수 / 조원희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자연과 동물, 기본적인 배려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함께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공생하는 삶의 태도가 담긴 그림책이 나왔다.
조원희 작가는 과 두 권의 그림책에서 ‘굉장히 크고 무섭게’ 생겼지만 다른 생명을 생각해서 ‘늘 조심조심’ 움직이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이번 출간은 2012년에 나온 (상)의 재발간 기획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사계절 출판사는 절판된 초판을 다듬어 (이하 숲 편)으로, 작가가 새로 쓴 이야기는 (이하 호수 편)로 해서 두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공생하는 삶의 태도 담긴 2권의 그림책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는 친구·연인
작은 생명도 존중할 줄 아는 인물로 그려
커다란 몸·힘, 작은 것에 쓰는 게 귀여워
조 작가는 “(첫 책이) 이미 한번 걸러서 나왔던 작업이라 (두 권으로 재발간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며 “예전 노트를 보며 또 한 권의 그림책으로 엮을 만한 이야기가 있는지, 그럴 만한 의미는 있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호수 편 더미가 나오고 나서 작가는 자신이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두 인물의 이야기를 끝까지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는 초판이 나왔을 때를 떠올렸다. “동물이 중심이 되는 작업을 한 직후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수영과 헬스를 열심히 배우고 있던 때라서 자연스럽게 근육과 몸의 모양에 관심이 갔어요.” 당시 운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두 주인공의 외모와 성격에 많은 영향을 줬다. 아저씨가 새들을 목말 태우는 동작이나 아줌마가 물고기가 놀라지 않게 입수하는 모습, 주인공이 입은 옷 등은 보디빌딩, 수영, 아쿠아로빅을 참고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두 인물의 관계에 대해 작가는 “숲에서 함께 사는 사이이며, 친구일 수도 동거인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손을 잡고 걷는 장면이 들어가면서 연인 쪽에 더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지만 둘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두 인물이 서로를 업고 가는 장면을 통해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숲 편에는 아줌마가 땅바닥에서 잠든 장면이 나온다. 호수 편에는 수영을 못하는 아저씨가 물에 빠진 장면이 등장한다. “아저씨는 아줌마를 깨우거나 아무 데서나 잠들지 말라고 하지 않아요. 아줌마는 아저씨에게 수영 좀 배우라고 하지 않아요. 처음 숲 편만 나왔을 때는 아줌마가 좀 더 배려받고 보호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호수 편 마지막 장면(아줌마가 아저씨를 구해서 업고 가는 것)으로 균형이 맞춰진 것 같아요.”
‘뚱보 아줌마’는 초판 때 나온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작가는 “여러 대안을 내봐도 어색하고, 외모에서 오는 선입관을 작게 깨트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에둘러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게 더 이상하게 느껴져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는 작은 생명도 존중할 줄 아는, 마음까지 큰 ‘진짜 거인’이다.
“커다란 몸과 힘을 거창한 것에 쓰지 않고, 작은 것에 쓰는 게 귀엽게 보였어요. 몸이 크든 작든 ‘서로 돌고 도는 배려’에서 오는 다정함과 재미를 그리고 싶었고, (각 존재의) 크기 차이가 클수록 잘 보여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숲 편과 호수 편 각각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자전거와 죽마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서로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작은 도구’를 의미한다.
조 작가는 (이야기꽃), (시공주니어) 등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그림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당연한 듯 인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어요. 자연과 동물, 수많은 생명 속에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계속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올해 말에는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유기견 이야기로 작업할 예정입니다.” 조원희 지음/사계절출판사/숲 편 48쪽, 호수 편 60쪽/각 권 1만 4500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