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오스만제국 전성기 이끈 정복왕 ‘셀림’ 일대기
술탄 셀림/앨런 미카일
유엔이 터키의 국호를 ‘튀르키예’로 바꾸는 걸 승인했다는 뉴스가 최근 전해졌다. 터키인은 오래전부터 자국을 튀르키예로 불렀고, 국제사회에서 사용하는 터키라는 단어가 ‘칠면조’나 ‘겁쟁이’라는 의미를 지녔기에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자국을 낮춰 보는 영어식 표현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 소식은 과거 찬란했던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을 떠올리게 한다. 은 그러한 궁금증을 입체적으로 풀어줄 역작이다. 오스만제국은 20세기 초까지 거의 6세기 동안 강대국의 자리를 지켰다. 최대 영토 넓이가 오늘날의 33개국에 해당할 정도였다. 이 나라는 당대 거의 모든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고, 그 파동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9대 술탄이었던 셀림은 오스만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왕이었다. 영토를 세 배나 확장하고 제국의 통치 구조를 완성해 ‘정복왕’으로도 불린다. 이 책은 그의 일대기를 촘촘하게 그려낸다.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조부 마호메트 2세부터 그에 이르기까지 펼쳐지는 왕위 쟁탈전은 사극의 재미를 전한다. 또 책의 전반에 펼쳐져 있는 지도와 천연색 삽화는 1500년 무렵의 도시, 사회, 문화의 이해도를 한층 높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강력한 제국의 존재가 신대륙 발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강대한 이슬람제국에 대한 반작용으로 콜럼버스가 대서양으로 배를 띄웠다고 본다. 신대륙의 발견이 곧 십자군 전쟁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는 시각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금도 여전한 기독교와 이슬람 간 갈등의 시원을 엿보게 된다. 앨런 미카일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848쪽/3만 8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