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로봇 시대

며칠 전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났다. 코로나로 인해 혹독한 시련을 겪은 지인은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다행히 식당이 다시 활기를 찾는다고 했다. 고생 끝인가 했는데 지인의 마음고생은 여전하다. 그동안 직원을 정리하고 혼자서 서빙, 요리, 계산까지 했던 지인은 직원을 다시 고용하려 했지만,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서빙 로봇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요즘 외식업 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서빙 로봇이라고 한다. 2019년 50여 대였던 국내 서빙 로봇은 올해 3000여 대로 급증했고, 2~3년 후면 10만 대 이상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빙 로봇은 여러 개의 선반을 갖춰 한 번에 여러 곳의 테이블에 음식을 나를 수 있고 약 50㎏까지 음식물 적재가 가능하다. AI 기반의 카메라와 센서로 자율주행하며 현재 상용화된 서빙 로봇의 오차 범위가 3~4㎝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성이 높다.
그간 제조 현장의 산업용 로봇으로 국한됐던 로봇 시장이 서빙 로봇을 필두로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 닭을 튀기는 조리 로봇, 24시간 실내를 돌아다니며 소독하는 방역 로봇, 사내 우편물을 전달하는 택배 로봇 등이 이미 여러 곳에서 활약 중이다.
변하는 분위기에 맞춰 기업들도 경쟁하듯 로봇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글로벌 가전업체 다이슨은 가사 노동 로봇을 선보였으며 매년 조 단위로 투자하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2003년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로봇 청소기를 출시했고 현재 안내 로봇, 바리스타 로봇, 셰프 로봇 등 7개 로봇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도 첫 번째 의료용 로봇의 출시를 앞두고 있고 로봇 분야에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제 로봇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지만, 로봇 개발에 대한 투자는 인간의 노동력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직종 개발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며, 노동시장에서 인간과 로봇의 결합 형태에 대한 연구도 더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
인간을 지배하려는 로봇과 처절하게 싸우는 인간의 이야기는 지난 몇십 년간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로봇 시대에 대한 인간의 불안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슬기로운 로봇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