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잊고 고성 발전만 생각”… 당선인-낙선인 ‘화합의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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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현(왼쪽) 경남 고성군수는 9일 오전 민선 8기를 이끌 이상근 고성군수 당선인을 집무실로 초청해 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고성군 제공

“민선 8기가 좀 더 편안하고 힘차게 출발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돕겠습니다.”(백두현 현 고성군수)

“좋은 건 잘 받아서 잇고, 부족한 건 보완해 더 힘 나는 군정을 펼치겠습니다.”(이상근 고성군수 당선인)

9일 오전 10시 경남 고성군청 군수실. 원탁을 사이에 두고 지난 6·1 지방선거 승자와 패자가 마주했다.

최종 득표율 57.23%(1만 6906표)대 42.76%(1만 2634표). 투표결과는 다소 싱거웠지만, 과정은 치열했다.

날선 공방 펼친 이상근·백두현
선거 후 첫 공개 간담회 가져
고소·고발 취하 등 협력 다짐
인수위 없는 군정 이양 선언도

선거과정에 양쪽 진영간 고소·고발이 잇따를 만큼, 공방도 격화됐다. 선거가 끝나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 속에 먼저 손을 내민 건 승자가 아닌 패자였다.

1 대 1 맞대결에서 ‘당선과 낙선’이라는 극과 극의 성적표를 받은 신구 권력이 선거 직후 공개적으로 회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고성군의 미래를 위해 선거과정에 생긴 갈등의 골을 메우자는 백 군수의 제안에 이 당선인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날 만남이 성사됐다.

이날 약속 시각 5분 전, 백 군수는 청사 입구에서 당선인을 반갑게 맞았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이 당선인은 백 군수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와 함께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군수 집무실로 자리를 옮긴 뒤, 다소 불편하고 어색했던 분위기는 백 군수의 넉살에 이내 수그러들었다.

백 군수는 4년 전 이맘때를 상기하며 “처음이다 보니 너무 몰랐다. 뭘 고민하고 뭘 공부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냥 바쁘기만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와 같은 시행착오가 없기를 바라며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귀띔이라도 해 드리고 싶다”며 “혹여 비슷한 고민 있다면 편안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민선 8기가 편하게, 힘차게 출발하도록 선거 과정에서 제기한 법적 조치는 모두 취하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당선인은 “행정은 연속성이다. 단절되면 안 된다. 전임자의 경험을 살려 자문해 주시면, 잘 받아서 잇겠다. 취임 이후라도 의논할 부분이 있으면 모셔서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 모두 다 같은 고성군민이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고성 발전만 생각해야 한다”면서 “새로 출범할 군정 기조가 소통과 협치다. 더 소통하고 화합된 군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언론인들이 배석한 가운데 20여 분간 공개 간담회를 가진 두 사람은 이후 15분 정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지역 선·후배로 살가운 덕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5일에는 백 군수와 이 당선인, 고성군의회 현역 의원과 당선인이 함께하는 전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는 민선 7기를 마무리하고 민선 8기 새 출발을 준비하는 의미에서 마련된다.

한편, 이상근 당선인은 오는 7월 1일 취임 때까지 군정 인수위원회를 꾸리지 않기로 했다. 군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인수위 업무에 매달린다는 것은 군민을 위한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게 당선인 측 설명이다. 이 당선인은 “인수위 미구성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이를 첫 단추로 선거 때 내건 약속은 반드시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신, 13일부터 주요 현안 사업과 부서별 주요 업무 보고를 토대로 전반적인 군정 밑그림을 그린다.

본 예산에 편성된 인수위 운영비 7000만 원은 당면 현안인 가뭄대책비로 집행할 계획이다.

지역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서로 얼굴 붉히고 떠나는 게 태반인데,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시작하려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면서 “지금 마음 그대로 정쟁과 갈등이 아닌 배려하고 협력하는 4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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