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위원장 김주현 내정에 문현금융단지 ‘반색’ 왜?
‘모피아’ 출신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되자, 같은 출신의 부산 이전 금융 공기업과 기관 수장들이 안도하고 있다. 금융 기관이 모인 부산 문현금융혁신도시 전경. 부산일보DB정권 교체 등으로 올초부터 몸을 사리던 부산 이전 금융 기업 수장들이 최근 ‘모피아’ 출신 새 금융위원장 내정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융 공기업 수장의 인사에 막강한 힘을 가진 금융위원장 새 후보자가 자신들과 가까운 ‘모피아’ 출신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9일 부산지역 금융가 등에 따르면 최근 김주현(사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되자, 정권 교체로 좌불안석이었던 지역 금융 공기업과 기업의 수장들이 한시름을 내려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서울대·행시·금융위 요직 거친
‘모피아’ 출신 김 후보자 이력
예탁원·주금공·KRX 수장 공통점
인사 제청·업무 감독 받아야 하는
부산 금융 공기업 ‘안도’ 분위기
내정된 김 후보자가 모피아 출신이어서, 같은 출신인 이들이 정권 교체 뒤에도 현재 자리 보존과 차기 자리 모색에 유리해졌다는 분석이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영어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범죄 조직을 뜻하는 ‘마피아’의 합성어로 경제 관료 집단을 의미한다. 마피아처럼 촘촘한 조직을 구축하고 서로를 챙긴다는 뜻으로 1990년대부터 사용됐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같은 대학 출신이고, 대부분 행정고시 통과 후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했던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사장과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사장, 손병두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모두 김 후보자와 같은 서울대 동문들이다. 특히 최 사장과 손 이사장의 출신 학과는 국제경제학과로 김 후보자가 졸업한 경제학과와 같은 상경 계열이다. 이 사장은 법학과 출신이다. 여기에다 이들 모두 행시 출신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주요 보직을 거치며 오랫동안 근무했다.
김 후보자는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예탁원 이 사장은 행시 33회로 금융위에서 구조개선정책관, 자본시장조사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주금공 최 사장은 행시 35회로 금융위에서 금융소비자국 국장, 중소서민금융정책관 등을 거쳤다. 손 이사장은 행시 33회로 금융위에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국장, 금융서비스국 국장 등을 거쳤다.
다만,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광주상고, 한국방송통신대학 출신으로 공직 경험이 없어 모피아와 맥을 달리한다. 캠코도 금융위의 관리를 받는 공기업이다 보니 금융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정권 교체 시기에 맞춰 부산 금융 수장들은 올 초부터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통령과 금융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직결된다. 그러다보니 최대한 외부 행사를 자제해왔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새 정권에 괜히 밉보이거나 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 기업의 인사에는 정권과 금융위원장의 의중이 중요하다. 주금공 사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또 예탁원과 캠코의 경우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임명을 받는다. KRX의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장이 결정되지만,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들 금융 기업 대표의 임기는 3년이다. 이 사장은 2020년, 최 사장은 2021년, 손 이사장은 2020년 말에 각각 취임했다. 지역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금융 기업의 수장들은 앞으로 남은 자신의 임기 동안 모피아 출신 금융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차기 행선지를 찾기 위해 다각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