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용의자, 재판 패소에 앙심…변호사는 다른 지방 출장"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됐다. 연합뉴스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용의자는 재판 패소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다쳤다.
사망자는 남자 5명, 여자 2명으로 모두 불이 난 2층 사무실에서 나왔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 A(53) 씨를 특정했으나 그 역시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60여 대와 소방인력 160여 명을 동원해 화재 발생 20여 분만에 불을 진압했으나, 이 과정에서 연소가 급속히 확대돼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불이 난 변호사 사무실에 의뢰된 송사 사건의 상대인 용의자가 불상의 방법으로 사무실에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독자 최식백 씨 제공.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구급대원들이 사망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 용의자 A 씨가 B 변호사에게 졌다"며 "그 뒤로 사무실에 항의 전화를 몇 번 했다고 같은 사무실을 C 변호사 사무장에게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B 변호사는 다행히 지방에 다른 재판으로 출장을 나가 있었다"고 전했다.
A 씨의 범행으로 B 변호사와 사무실을 공유해온 C 변호사와 사무장으로 일하던 C 변호사 동생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 용의자가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 용의자 시신 전반에 불에 탄 흔적이 명백해 분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53분께 마스크를 쓴 용의자가 흰 천으로 덮은 물체를 들고 건물에 들어서는 CCTV 화면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천에 덮인 물체가 인화 물질이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씨가 주거지에서도 통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들고 나오는 장면도 CCTV에 포착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합동 감식을 진행해 인화 물질 등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9일 오전 10시 55분께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7층짜리 빌딩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난 가운데 건물 유리창이 깨져있다.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과 소방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