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제 경제의 시간, 더 큰 통합 행보를
서준녕 편집국 부국장
두 번의 선거가 끝났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지겹게 들어왔던 상대에 대한 비방과 험담을 더 이상 듣지 않게 돼서 다행이다. 두 선거가 끝나면서 ‘정치의 시간’은 지났다. 이제는 ‘경제의 시간’이고 ‘실리의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1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태풍의 권역에 들어왔다"는 표현을 쓰며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를 우선적으로 나타냈다. 경제위기는 국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기간 파생된 극단적 편가르기를 극복하고 이제 모든 사상과 이념, 정치성향, 여야를 떠나 힘을 모아야 할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선거 끝나며 정치의 시간 종료
민심 묶어 경제 위기 극복 시급
윤 대통령 통합행보 적극 응원
정치이념으로 경제정책 좌우 안돼
내 편만 보는 정치 국민외면 입증
이념보다 실리 챙기는 정책 기대
그런 의미에서 취임 후 윤 대통령이 앞장서는 통합행보에 전폭적인 응원을 보낸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이 감동적이었고,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강대강’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북한에 코로나19 관련 지원 의사를 밝힌 점이나 미사일 위협에 실질적인 자강과 함께 꾸준히 대화를 촉구해온 점도 바람직해 보인다. 김건희 여사가 경남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을 잇따라 찾아 권양숙 여사와 김정숙 여사를 예방한다는 소식 역시 반갑다.
‘경제의 시간’에 ‘통합’이 더더욱 필요한 것은 경제정책만큼은 특정 이념에 좌우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일부 경제 정책이 마치 뚜렷한 정치적 주관을 지켜내려는 듯 추진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마치 ‘우리 정부의 정책은 이렇게 가야 한다’는 방향을 미리 설정해놓은 듯 ‘마이 웨이’를 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양산해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중대재해법 입법, 각종 부동산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겠지만 많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정책수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는 정치 논리에 매몰돼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서민과 나라 경제는 힘들어만 졌다.
이미 이러한 정책 실패 등의 이유로 선거에 패했으니 더 이상 지난 정권의 과오를 들출 이유는 없다. 단지 이러한 사례를 엄중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지지층에만 기댄 소위 ‘팬덤 정치’ 즉 ‘내 편’만 바라보는 정치만큼 편한 방식이 없다. 열성 지지자들의 구호에 심장이 뛰고 엔돌핀이 솟아나는 경험은 정치인으로서 이겨내기 힘든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내 편만 바라보는 정치는 경제와 사회 전반을 병들게 한다.
‘5·18은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등의 극단적 주장에 단호하게 대처 못했던 우파 세력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좌파 세력에 극단적 팬덤정치가 성행하고 있다. 두 번의 선거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뭐가 잘못이냐'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 맞닥뜨린 ‘경제의 시간’에 새로운 정부는 팬덤정치의 폐해를 반면교사 삼아 ‘통합’이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취임 후 보여준 대통령의 통합 행보가 경제정책 수행에 있어서는 더욱 힘차고 그 보폭이 커야 할 것이다.
‘재벌들이 수십 조~수백 조 원의 사내유보금을 비축하고 풀지 않는다’며 으름장을 놓으며 압박해도 투자를 주저하던 대기업에서 정권이 바뀌자마자 총 1000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앞다퉈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는 색깔이 드러나는 정책으로 아무리 방향성을 제시해도 실리를 추구하는 경제인들의 심리를 좌우할 수 없다. 대기업의 자발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고 그 집행과정에서 소외되는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불편함과 억울함을 해소시켜 나가는 것이 정부의 이상적인 정책수행 행태일 것이다. 이는 ‘친기업’의 우파 정책도 ‘친노동’의 좌파 정책도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 경제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대기업의 투자가 반가운 것이고, 그 투자가 전 계층에게 최대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율하고 돌아보는 것이 대한민국의 실리를 챙기는 정부의 역할이 될 것이다.
최근 OTT에 올라와 보게 된 ‘자산어보’에서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은 ‘성리학이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서학이든 성리학이든 주인인 백성을 위해 다 수용해야 한다’고 외친다. 성경에도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예수를 향해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방하던 유대 지도자들에게 예수님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라고 일갈하신다.
‘좌파의 이념’ ‘우파의 이념’이 주인이 아니다. 이 역시 국민의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부수적인 관념일 뿐이다. 정치의 시간이 가고 경제의 시간이다. 대통령의 통합행보에 더욱 기대가 크다. 좀 더 폭넓은 아이디어 수용과 인재 등용,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혜안이 대한민국을 살릴 것이다. jumpjump@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