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새 정부 기자회견 시스템 혁신해야
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소통은 질의와 응답 및 토론이 양방향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적 커뮤니케이션 형식일 때 제대로 작동한다. 리더들은 대체적으로 소통을 강조하지만, 조직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방식은 일방향적 소통인 경우가 허다하다. 리더의 마이웨이식 소통 방식은 리더의 생각과 정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나 참모들의 쓴소리를 수용하지 못하게 하여 조직을 불통의 장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한다. 이는 국가와 정부 조직에도 적용되는데,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 역시 이런 소통 방식의 산물이라 할 것이다.
리더의 소통 방식은 조직 구성원의 충성도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소통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국민의 삶의 만족도와 국가 미래의 명운을 가르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임 한 달을 넘긴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과의 격의 없는 소통이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천막 기자실에 들러 즉석 간담회를 가졌고, 취임 후 용산 집무실 출입구에서 가진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의 횟수도 벌써 10여 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언론과의 소통에 인색했다는 평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윤 대통령의 행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 격의 없는 소통 긍정적
정부 일방향적 기자회견도 개선돼야
독일 개방형 연방기자회견 참고할 만
언론과의 수시·쌍방향 접촉 강화 필요
국가 정부의 시스템이 비대해짐으로써 개인과 국가 간의 직접 소통이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국민을 대신하여 정부와 소통하는 시스템이 언론이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함과 동시에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자유주의 민주국가의 언론학 개론서에 언론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에 이은 제4의 권력이라고 쓰고,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은 기자회견이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미국 대통령은 대변인실을 통해 상시적으로 언론과 소통한다. 대통령이 기자실에 직접 나타나거나 백악관을 출입할 때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일도 흔한 일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기자회견에 소극적이어서 언론과의 직접 소통에 지나치리만큼 적극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정부와 언론 간의 직접 소통 체계가 정착한 미국에서조차 대통령의 개인 성향에 따라 그 빈도와 질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윤 대통령 개인이 보여 준 파격적인 언론 소통 행보가 지속가능한 소통 방식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역대 정부(대통령 포함)의 언론 소통 방식을 재설계하여야 한다. 직접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으로서, 특히 기자회견 시스템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연방기자회견(Bundespressekonferenz)은 관련 논의의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독일은 연방기자회견협회(BPK)의 주관으로 연방기자회견을 주 3회(월, 수, 금)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사단법인체인 협회가 연방정부 대변인인 공보처장과 각 부처 대변인을 초청해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로써 연방정부와 각 부처별 정기 브리핑이 대체된다. 독일 정부는 언론인의 취재 활동을 보완하고 정책을 알리기 위해 210석 규모의 연방기자회견장에 적극적으로 출석한다.
이 같은 기자회견은 철저하게 협회의 주관하에 진행되며, 협회 이사가 질문과 추가 질의 등 회의 진행 전반에 대해 전권을 행사한다. 기자회견은 협회에 가입한 모든 언론인이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참가하고 질의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이다. 독일의 연방기자회견은 언론인 단체 주도의 개방형 브리핑 제도로서 정부와 언론 간 건강한 긴장 관계를 반영하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들을 보면 기자회견 개최 자체에 소극적이거나, 회견을 열더라도 질문의 범위를 특정 사안으로 국한시키거나 후속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개 기자회견을 통한 언론과의 직접 소통 행위가 정부의 당연한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앞에 서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대로 기자회견을 연례행사 정도로 여겨 온 우리 정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도록 각 부처가 공개적 언론 접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언론 소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자회견 시스템의 혁신이다. 언론과 정부 쌍방이 열린 자세로 참여하여 70년 이상 정부와 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지켜 온 독일의 연방기자회견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