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당 혼란 수습 시동… “수박이란 단어 쓰면 가만 안 둘 것”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이 12일 첫 공식 일정에서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 분열적 언어를 엄격하게 금지하겠다”며 “(당내 반이재명계에 대해)‘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 밝혔다.
‘수박’은 겉은 파랗지만 속은 붉다는 이유에서 민주당 이재명 의원 지지층이 대선후보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근 등 ‘친문’(친문재인)계를 비난할 때 쓰는 원색적 표현이다. 그간 당내 분열을 의식한 듯 계파 갈등 해소가 전당대회 전까지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파 분열적 언어 사용 엄금
이번 주 내 전대준비위 발족”
우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에 진 정당이 겸허한 평가의 접근이 아니라 서로 남 탓하고 상대 계파의 책임만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이어 “당내 제도, 정책, 노선, 비전에서 활발한 토론을 보장할 생각”이라면서도 “당의 주요 인사, 당직자, 국회의원 신분을 갖고 계신 분들은 더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대선을 거치며 민주당 내 신주류로 떠오른 ‘친명’(친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 사이에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고조되자 이를 수습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우 의원은 또 “국민이 민주당에 걸었던 기대가 많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뼈아프게 인정한다”며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차기 과제로 꼽았다. 그는 “방향은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들을 위해서 더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더 먼저 했다고 비친 것도 패인이 아니었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의 체질과 문화, 태도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그는 “이제 민주당은 여당이 아니고 야당”이라면서 “야당은 강력한 야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정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과감하고 강력한 견제의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원은 비대위 임무 중 하나인 차기 지도부 선출에 대해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선임 등 전준위 발족을 최대한 서둘러 이번 주 중 마무리할 것”이라며 “8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을 절대 변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계파 간 이해가 엇갈리는 전당대회 룰 가운데 대의원,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과 관련해서는 “2∼3년 새 당원이 늘어 대의원과 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 1 대 80, 1 대 90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우 의원은 1986년생인 서난이 전북도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위촉했다. 10·11대 전주시의원을 지낸 서 위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의원에 당선됐다. 우 위원장은 서 위원에 대해 “최연소 도의원으로 호남 지역에서 보이는 민주당을 더 개혁할 당사자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