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플레에 ‘빨간불’ 켜진 한국 경제 ‘S 공포’까지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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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고물가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최근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신선식품 가격이 나날이 오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 5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8.6% 올라 4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지난 주말 세계 증시가 물가 충격에 흔들렸다. 유럽연합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는데,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도 고물가에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 경고음이 울리는 등 경기상황이 심상치 않다. 긴축이 진행되면서 경기가 침체상태로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엉킨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미국 5월 물가 41년 만에 최고치
OECD는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고물가’에 ‘쌍둥이 적자’ 경고음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전문가 “금융 불안 땐 ‘최악’ 도래”

■“경기 침체” 경고 목소리 잇따라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놀라 다우·나스닥 등 3대지표가 2~3%대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5월 물가상승률이 다소 낮아져 인플레이션이 최고점을 지났다는 지표가 나오길 기대했으나 오히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5월 5.4% 물가상승을 기록한 우리나라도 6~7월엔 6%대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상승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 재정을 많이 풀기 시작할 때부터 예고됐다. 여기에 지난해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각종 식자재도 함께 상승하면서 점차 현실화됐는데 결정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전쟁만 아니라면 관리가 가능했던 인플레이션일 수 있는데 전쟁으로 인해 속수무책인 상황이 된 것.

지난 7일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 봉쇄, 공급망 차질,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많은 국가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OECD, 성장률 전망치 대폭 하향 조정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각종 경제지표가 최근 어둡게 나오고 있다. 4월 생산·소비·투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2개월 만에 전월 대비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고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두 달 연속 하락했으며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4개월 만이다. 물론 외국인 배당지급 확대에 따른 일시적인 것일 수 있으나 수출분야에서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 커진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잇따라 추경을 실시하면서 재정수지 적자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4.5%에서 3.0%로 대폭 하향조정됐다. 한국도 3.0%에서 2.7%로 내려갔다. 반면 올해 OECD국가 평균 물가상승률은 4.4%에서 8.8%로 대폭 올려잡았다.

문제는 현재의 국면이 전쟁, 공급망 차질, 농산물값 상승 등 대외변수가 많아 국내에서 관리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는 데 있다. 최근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내수 활성화를 기대했던 정부도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기대를 좀 접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몇 번 더 올릴 수 있는데 가계대출이 많은 가정에서는 원리금 부담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고 자칫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증시와 미국증시에 투자한 투자자도 적지 않은 수준이어서 증시하락에 따른 투자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지난 주말 미 증시의 급락에 따라 13일 국내증시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허진욱 KDI 전망총괄은 “연말까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대외 요인의 영향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망 차질이 기업 생산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차차 정상화되겠으나, 장기화되거나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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