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전기 먹는 하마’ 인터넷데이터센터 증설 경쟁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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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확대·데이터 수요 폭증
2021년 이후 대규모 투자 진행
상대적 저렴한 국내 전기료 때문
전력 수요·온실가스 증가 우려도

IT 업계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설 경쟁에 나서면서 유명 외국기업까지 국내에 IDC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3월 한국 데이터센터 런칭 행사를 가진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해외 데이터센터 모습. 알리바바클라우드 제공 IT 업계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설 경쟁에 나서면서 유명 외국기업까지 국내에 IDC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3월 한국 데이터센터 런칭 행사를 가진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해외 데이터센터 모습. 알리바바클라우드 제공

IT 업계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산업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통신 3사는 경쟁적으로 IDC 투자에 나섰고 네이버, 카카오 등도 자체 IDC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명 외국기업까지 국내에 IDC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전기 먹는 하마’인 IDC 증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DC는 기업의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을 집중시킨 시설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IDC는 2000년 53개에서 2020년 156개로 2.9배 증가했다. 2018년 155개에서 2019년 158개, 2020년 156개로 증가율이 정체상태를 보였지만 2021년 이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통신 3사는 IDC 증설 경쟁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서울과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신규로 구축해 200메가와트(MW) 이상으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5개 IDC를 운영하고 있다.

KT도 최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클라우드·IDC분야에 1조 7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IDC 1위 사업자인 KT는 자사의 14개 IDC 가운데 수도권의 5개 IDC를 분리해 ‘KT클라우드’를 설립, IDC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999년 국내 최초 IDC인 논현 IDC를 개소한 LG유플러스는 2015년 아시아 단일 IDC 최대 규모 평촌메가센터 등 전국에 10여 곳에 IDC를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3분기에는 연면적 4만450㎡, 축구장 6개 너비의 초거대 IDC ‘평촌2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IT 공룡’ 네이버는 2014년 강원 춘천에 설립한 데이터센터 ‘각 춘천’에 이어 세종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2023년 완공할 예정이다. ‘각 춘천’의 6배 규모인 ‘각 세종’에 대해 네이버는 “B2B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도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IDC를 건설하고 있다. 또 2026년 준공 목표로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100MW 규모의 두 번째 IDC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IDC가 급증 추세를 보이면서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증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IDC는 대표적인 ‘에너지 대량 소비’ 시설로 IDC 용량도 전력 수요(MW)로 표시될 정도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0년도 에너지사용량 통계’에 따르면 국내 IDC는 19만 2000toe(석유환산톤)의 전기를 사용해, 전체 건물부문 업종별 전기 사용량 중 9.67%를 차지했다. 이는 아파트(19.04%), 상용(12.14%) 건물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IDC를 건설하는 IT기업들도 온실가스 배출 증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증설과 관련 2020년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데이터센터 각과 각 세종 완공을 고려하면 향후 10년간 네이버의 탄소 배출량은 급증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업체들이 앞다퉈 IDC 증설에 나선 것은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리나라 전기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해외 유명 기업들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전력은 많이 사용하고 고용은 적게 창출하는 IDC를 한국에 세워서 해외 유명 업체에 서비스를 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IDC가 저렴한 심야 전기를 다량 사용해 사실상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IDC가 저렴한 전기요금 혜택을 받고 있다며 “국민과 중소기업에게 공급돼야 할 저렴한 전기를 상대적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혜택 주고 있지 않는가”라는 비판(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IT기업들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친환경 IDC’를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IDC 건설로 IT기업들의 ‘탄소중립’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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