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고하는 핵 군축… “세계 핵무기, 탈냉전 후 첫 증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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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핵무기 군축 시대는 끝났으며, 냉전 종식 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핵무기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핵 위협과 이란 핵 프로그램 개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이 새로운 핵 확장 시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안보 싱크탱크인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이날 발간한 ‘군비와 군축 및 국제 안보에 관한 2022 연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긴장 고조로 지난 35년간 감소했던 전세계 핵무기가 향후 10년에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연구소 경고
“우크라 전쟁에 러 핵 위협 증가
유엔 안보리 이사국 모두 증설”
북한 20기 보유, 처음으로 집계

SIPRI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을 ‘핵 보유국’으로 지칭하면서 올해 초 기준 이들이 보유한 핵무기는 1만 2705기로, 지난해 초보다 375기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 축적한 핵무기를 줄이면서 그 수가 1986년 7만 개 이상에서 현재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핵 군축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핵 확장 위험은 탈냉전 후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고 SIPRI는 우려했다. 이번 연감의 공동 저자인 맷 코르다 연구원은 AFP통신에 “전 세계는 냉전 시대가 종식된 후 처음으로 핵무기가 증가하는 시점에 맞닥뜨릴 것”이라며 “이는 일종의 매우 위험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러시아(5977기)와 미국(5428기)이 90%가량을 차지했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지만 현재 2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45∼55기를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을 보유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SIPRI가 전세계 핵탄두 집계에 북한을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IPRI는 핵무기 증가가 예상되는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꼽았다. 코르다 연구원은 “이번 전쟁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에 대해 언급한 탓에 향후 수년간 군축이 진전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이 우려스러운 발언은 많은 다른 핵 보유국이 자신들의 핵 전략에 대해 생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유엔 핵무기 금지 조약이 2021년 초 발효되고 미·러가 핵 군축 합의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을 5년 연장했음에도 상황은 악화했다.

또 중국과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도 핵무기를 현대화하거나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중국과 관련, “핵무기 보유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며 “위성 사진에 따르면 300개가 넘는 새로운 미사일 사일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2027년까지 7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영국은 지난해 총 탄두 비축량 상한선을 늘릴 것이며, 더 이상 운용 중인 핵무기 수치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러·영·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은 올해 초 "핵 전쟁 발생을 막고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음에도 5개국 모두 핵무기를 확장 또는 현대화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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