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남성 질환’ 적극 치료·관리 중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남성학 권위자’ 박남철 원장

부산대병원에서 병원장을 지내는 등 32년간 재직한 박남철 교수가 최근에 부산센텀병원 경영원장으로 옮겼다. 많은 제의가 있었지만 센텀병원이 종합병원으로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어 자신의 대학병원 경영 경험이 작지만 보탬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의 인생 1, 2막은 공부와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 시작되는 인생 3막은 더 많은 봉사로 채워 보고 싶다고 했다. 오래전에 설립한 한국공공정자은행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수명 증가로 남성학 관심 높아져
발기부전·남성갱년기 증세 만연
실제 환자들 치료 빈도는 낮아
항노화 위한 생활 속 관리 중요
난임 해소 위한 한국공공정자은행
올해 내실 다지고 사업 확장할 것

-비뇨의학과 박종관, 박광성 교수와 함께 ‘쓰리박’으로 불리기도 하셨다. 특히 남성학 분야에서 권위가 높은데 남성학은 어떤 학문인가.

“지난 2006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제가 대한남성과학회 회장을 맡았다. 그 뒤를 이어 전북대 박종관, 전남대 박광성 교수가 이어받아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남성학은 성기능장애, 전립선질환, 갱년기, 난임 등을 다루는 분야다. 환자는 남성이지만 ‘여성을 위한 학문’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한다. 비뇨의학과 내에서 세부 전공분야로 진화되어 인증의 과정까지 개설되었다.”

-최근 남성학의 새로운 트렌드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남성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성기능장애, 전립선질환, 갱년기증후군은 나이에 비례해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발생하고 서로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로 공존한다. 그러기 때문에 발병 원인이나 치료 방법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남성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증상만을 호소하더라도 나머지 2개 질환의 동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치료법을 선택할 때에도 숨어 있을 수 있는 동반 질환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발생 빈도에 비해 환자들이 실제 치료에는 소홀하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발기부전을 예로 들면 발병률은 50대는 50%, 60대 60%, 70대 70%로 나이에 비례해 증가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 이하로 추정된다.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진단이나 처방없이 귀동냥으로 자가 처방하거나 아니면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년 남성에게 많은 남성갱년기증후군도 이 질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병원을 찾는 빈도는 전체 환자의 5% 미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바쁜 일상생활에 쫓겨 병원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중년 이후 남성갱년기증후군이 나타났다면 배뇨장애, 수면장애와 함께 부부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때는 먼저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적인 원인인지, 신체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신체적 원인을 찾기 위해선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여부, 남성호르몬 결핍 소견은 없는지, 전립선비대증이나 암이 없는지를 먼저 체크한다. 검사결과 특이 소견이 발견되면 치료를 시작하면 되고, 이상이 없으면 정신적인 원인을 체크해 보는 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평소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자기관리를 해야 하나.

“남성 갱년기라는 개념이 나오게 된 것은 남성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00세 건강시대를 맞아 노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의사의 처방과 같은 전문적인 치료와 동시에 자기관리가 아주 중요해졌다. 사람의 몸도 자동차와 같이 자주 점검하고 잘 정비해 주는 주인을 만나야 고장 없이 오래 잘 달릴 수 있다. 자가 항노화프로그램을 꾸준히 시행하면서 지금부터 관리해 나가야 한다.”

-자가 항노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제가 최근에 펴낸 ‘9988 남성건강 내가 지킨다’ 책에 12가지 자가 항노화 프로그램이 소개돼 있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 손씻기 등 개인 위생, 절대 금연, 절주, 소식 등 식이조절, 주3회 운동,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개발, 모바일 기기 거리두기, 규칙적인 성생활, 주기적인 건강 검진, 철저한 예방 접종,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중 특히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강조하고 싶다. 내일의 의미있는 활동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 축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성 난임도 심각하다고 하는데.

“그동안 난임을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난임 검사에 수동적이던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으면서 남성 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남성 난임을 진단받은 환자는 10만 653명으로 2011년 5만 173명, 2016년 8만 114명 대비 각각 100%, 25% 가량 증가했다. 놀랍게도 같은 기간 난임 여성 환자는 2016년 15만 9210명에서 2020년 14만 9936명으로 최근 5년간 5.8% 감소하는 추세다.”

-정자은행을 만들게 된 계기와 앞으로 운영 계획은.

“출산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남성의 영구피임술인 정관결찰술을 무계획적으로 시술한 것도 남성 난임의 또 다른 원인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정자의 동결과 보존, 기증, 공급 등의 국가적 관리시스템을 갖춘 공공정자은행이 필요해졌다. 국가 차원의 공공정자은행을 운영하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다 보니 불법 정자 매매가 은밀히 행해지고 있다. 지난 1997년에 시작한 한국공공정자은행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는 한국전립선재단을 합병해 전립선 질환 연구와 사회공헌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