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5%↓ ‘블랙먼데이’… 2500선 겨우 ‘턱걸이’
코스피가 미국의 물가 충격 등의 여파로 큰 폭으로 하락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코스피가 월요일인 13일 3% 넘게 급락하며 2500선 붕괴 직전까지 미끄러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2%, 91.36포인트(P) 내린 2504.51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물가 충격 여파로 전장보다 45.66P(1.76%) 내린 2550.21에 개장해 장 초반부터 급락했고,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웠다.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코스닥도 4.72%나 내려 타격
환율은 급등해 1290원 육박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 등 여파
당분간 주가·환율 변동성 커질 듯
지난달 12일 기록한 기존 연저점(2546.80)을 뚫은 데 이어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최대치다. 코스피는 올 1월 27일에는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투자심리 악화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여파로 3.50% 떨어진 바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꺾이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시장에서는 14∼15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0.5%P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높은 인플레이션 유지로 인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주식시장 매물이 출회됐다”며 “특히 미국 소비 심리지수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이슈를 자극한 점이 시장의 반발 매수 심리를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처음으로 갤런(3.78L)당 5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아시아 시장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면서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가 크게 증가하며 수급적인 부분을 자극했던 것도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5006억 원, 기관이 2178억 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반면 개인은 6677억 원을 사들이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은 15.1원 오른 1284.0원에 마감하며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줬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1원 오른 1280원에 출발한 후 장중 한때 1288.9원까지 치솟았으면서 지난달 12일 기록한 연중 고가(종가 기준 1288.6원)를 넘었다가 오후 들어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2.66% 떨어진 6만 2100원까지 내려가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고, 국내 증시 대표 기술주인 네이버(-5.93%), 카카오(-4.49%)를 비롯해 카카오페이(-10.22%), 카카오뱅크(-8.05%), 하이브(-10.96%), SK바이오사이언스(-6.61%) 등도 큰 폭으로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당분간 주가 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심리적 저항선인 2500선마저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회의가 지나야 최근의 조정 흐름 자체가 진정될 수 있겠으나, 물가 리스크가 진정돼야 시장이 안정 또는 반등의 모멘텀을 찾을 텐데 물가의 진정 시기를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저점이)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타격이 더 컸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09P(4.72%) 내린 828.77에 마감해 종가 기준 2020년 8월 3일(827.57)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의 최저점을 기록했다.
코스닥 낙폭은 2020년 6월 15일(-7.09%) 이후 최대치다. 지수는 전장보다 17.12P(1.97%) 내린 852.74에 개장해 장 초반부터 낙폭을 키웠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