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국회가 논의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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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노동자들이 13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신항 삼거리 일대에 화물차들을 줄지어 주차해 놓고 화물연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화물 노동자들이 13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신항 삼거리 일대에 화물차들을 줄지어 주차해 놓고 화물연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일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협상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연장과 확대 시행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안전운임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화물업계는 물론이고 화주 단체들도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 중인데, 세부 쟁점 타결을 위해 중재 역할을 맡은 국토교통부의 능동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안전운임제의 향방은 종국에는 법제화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보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입법부 공백 사태는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여야가 서둘러 국회를 정상화해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안전운임제와 관련된 폭넓은 논의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총파업 일주일, 물류 피해 전방위 확산

여야, 입법부 정상화 사태 해결 나서야


12일 협상에서는 화물연대·국토교통부와 함께 국민의힘·화주 단체가 참여했다고 한다. 장시간 교섭 끝에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를 약속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에 도달했는데 막판에 국민의힘 측에서 입장을 번복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전해진다. 이게 사실이라면 능히 비판받을 만하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어깃장을 놓는 게 집권 여당이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여당 반대는 사실무근”이라며 “일몰제 시행 연장에는 이견이 없다”고 뒤늦게 밝혔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안전운임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마련해 사태 해결의 강한 의지를 보여야 옳다.

안전운임제의 취지는 원가와 연동해 최소 운임을 보장함으로써 과로나 과적, 과속 운행을 막고 화물 기사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이미 국제 정세 영향으로 경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물 노동자의 고충은 배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안전운임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돼 올해 말이면 사라진다. 이 시한을 폐지하고 안전운임을 전 차종·품목으로 확대하자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화물연대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차종·품목으로 한발 물러선 만큼 국토부도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안전운임은 화물업계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나 다름없다. 유가와 물가 상승의 부담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진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강제적인 ‘업무개시명령’ 검토를 주장하고 있는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 협약 내용 중 ‘강제노동 금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주장하는 절박한 목소리에 모두가 귀 기울이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전면적인 논의를 시작해 매듭을 지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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