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로또 1등 50명

기름값은 물론이고 공공요금부터 아이들 과잣값까지 오르지 않는 게 없는 요즘이다.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면서 일상생활에 작은 설렘을 갖는 것마저 여의찮다. 그래도 비슷한 일이라도 억지로 만들어 본다면 가장 손쉬운 게 복권 구입이 아닐까.
복권을 가난한 자들에게 걷는 세금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갑에 넣어 둔 로또 복권이 일주일을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된다는 사람도 많다. 덜컥 1등에 당첨되는 꿈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때문일까. 주말이 가까워져 오면 로또 복권 명당으로 알려진 판매점에는 긴 줄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로또 1등 확률이 하늘에서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는 데도 어김없이 매주 1등 당첨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그런 행운이 꼭 찾아올 것만 같다.
실제로 지난주 쏟아져 나온 로또 1등 당첨자 50명은 보통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기에 충분했다. 50명은 2002년 12월 번호 추첨식인 로또 복권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1등 당첨자다. 벼락을 맞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1등 당첨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항간에는 음모설 또는 조작설도 난무한다.
로또 1등 확률만 해도 814만분의 1로 까마득한데, 50명이 무더기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무려 833조분의 1이라고 한다. 단독 1등 확률보다 무려 1억 배나 더 희귀한 경우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그런 억측이 나오는 것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법도 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로또 복권 관계자가 해명에 나섰다. “50명은 충분히 가능한 당첨 인원으로, 1등이 많이 나올 수도 있고, 적게 나올 수도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 로또 조작설은 예전에도 심심찮게 등장했던 얘기다. 듣고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얘기라는 게 정설이다. 로또는 그냥 로또로, 재미있게 즐기는 게 좋다.
1등 당첨자가 쏟아지면서 1인당 당첨금은 4억 원가량으로 역대 두 번째로 낮다고 한다. 최고액이었던 2003년 4월의 407억 원보다는 100분의 1 수준이다.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골고루 행운을 가져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나저나 50명 당첨 소식에 이번 주엔 복권 판매점 앞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운 사람이 더 많을 듯싶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