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스크린 ‘한국형 블록버스터’ 대작이 쏟아진다
무더위를 잊게 할 여름 스크린 대전이 3년 만에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극장가에 해빙기가 오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진다. 오랜만에 ‘천만 영화’를 배출한 감독과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라 벌써부터 여름 대전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여름 대전의 포문은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이 연다. 다음 달 20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공상과학(SF) 액션 판타지 영화다. 고려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감독은 올여름 1부를 먼저 공개한 뒤 연말이나 내년 설에 2부를 개봉할 예정이다.
액션판타지 ‘외계+인’ 20일 개봉
‘명량’ 후속편 ‘한산: 용의 출격’
송강호·이병헌 주연 ‘비상선언’
이정재 첫 연출작 ‘헌트’ 8월 공개
‘범죄도시2’ 이어 ‘1000만’ 기대
최 감독은 ‘도둑들’(2012)과 ‘암살’(2015)를 잇따라 ‘천만 클럽’에 가입시킨 베테랑 연출자다. 이번 작품은 그가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라 영화계의 기대가 높다. 여기에 배우 류준열과 김우빈, 소지섭, 김태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이 의기투합해 경쟁작 배우들과 기분 좋은 연기 대결을 펼친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인 ‘명량’(2014)의 후속편도 올여름 스크린에 걸린다. 7월 말 관객을 찾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다.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김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배우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다. 전작에서 최민식이 맡았던 역할이다. 배우 변요한과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공명 등도 이 작품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선보인 뒤 후속작 ‘노량’을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8월 3일 개봉 예정인 영화 ‘비상선언’이다. 지난달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이병헌, 전도연, 박해준,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에 휩싸인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연출은 한재림 감독이 맡았다. 한 감독은 영화 ‘우아한 세계’(2007)와 ‘관상’(2013), ‘더 킹’(2017)을 선보인 실력 있는 영화인이다. 송강호와는 ‘우아한 세계’ ‘관상’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이 작품은 지난해 열린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주목받기도 했다.
배우 이정재가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 ‘헌트’는 오는 8월 개봉을 목표로 구체적인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직원들이 거대한 사건에 직면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이 작품은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먼저 공개됐는데, 상영 직후 약 7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흥미진진한 액션 스릴러 영화”라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국제 장편 영화 경쟁 부문에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소문난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 오랜만에 연기 호흡을 맞췄다.
네 편의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올여름 개봉을 확정한 건 ‘범죄도시2’ 흥행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에 관객의 발길이 끊긴 탓에 영화계는 조심스럽게 관객 추이를 지켜봐 왔다. 당초 700만 관객을 예상했던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크게 흥행하자 일찌감치 네 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 계획을 세운 것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극장가가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도 “‘범죄도시2’의 흥행으로 영화산업의 정상화가 앞당겨져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다만 여름 스크린 경쟁이 과열되면 자칫 이들 모두 ‘제로섬 게임’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 편 모두 제작비가 200억 원 넘게 투입된 대작이라 각 영화에 최소 500만 명 이상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개봉일을 잡을 때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하려고 눈치싸움을 했다”며 “첫 타자인 ‘외계+인’의 흥행 성적에 모두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