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88% “학교시험이 ‘수포자’ 발생에 영향”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 5명 중 4명이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의 원인으로 학교시험을 꼽았다. 수업 내용에 비해 문제가 어렵게 출제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시험에 대비하려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실은 14일 수학시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설문조사
90% “시험 대비 사교육 필요”
수업보다 과하게 어렵게 출제
교사 64% “변별 때문에” 응답
최근 전국 중고교생과 학부모, 수학교사 등 80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고등학생 응답자의 88.4%, 중학생은 74.2%가 ‘학교 수학시험이 수포자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시험 난이도에 대한 물음에는 고등학생 76.2%, 중학생 45.1%가 ‘수업에서 배운 내용보다 수학시험 문제가 과도하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 수학교사들도 64.4%가 ‘변별 때문에 가르친 내용보다 어렵게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고 응답했다.
또 고등학생 85.2%, 중학생 65.8%, 학부모의 75.3%가 수학시험에 대해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데만 몰두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90%가 ‘현행 수학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별로 고등학생 90.5%, 중학생 81.5%, 학부모는 90.7%에 달했고, 수학교사도 3명 중 2명(68.6%)은 ‘사교육이 학교시험 대비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올 4월 1~15일 전국 40개 중학교와 50개 고등학교(일반고 40개교, 외고·자사고·국제고 10개교) 등 9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중·고등학생 4758명(중 2407명, 고 2351명), 학부모 3136명 (중 1814명, 고 1322명), 수학교사 194명(중 74명, 고 120명)이 참여했다.
사교육걱정은 이 같은 수학평가의 문제점 해결 방안으로 변별만을 목적으로 한 학교시험과 입시제도 개선, 수업 전 학생들에게 평가 기준 안내,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맞춤문제 플랫폼’ 구축 등을 제안했다. 사교육걱정과 강 의원실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국정 목표로 내세운 만큼, 시급히 학교 수학평가를 개선해 수포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수업의 영향으로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중·고등학생의 주요과목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전국 중3, 고2 학생 중 3% 표집시행)에 따르면, 국어·수학·영어 전 교과의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이 2020년과 비슷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2 국어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3~4수준) 비율이 64.3%로, 전년도보다 5.5%포인트(P)나 하락해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된 2017년 이후 가장 낮았다.
중·고교 모두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보다 높았다. 고2 국어의 보통학력 이상(3~4수준) 비율은 여학생이 74.7%인 반면 남학생은 54.4%에 불과해 20%P 이상 차이가 났다. 이대진 기자 djr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