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인간과 AI 사이 고차방정식, ‘인’으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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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떻게 살래 / 이어령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1934~2022). 그가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삶을 마무리하며 천착했던 인공지능(AI)에 관한 탐구서이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영면에 들기까지 저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AI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했다. 이 책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세 번째 결과물이다. ‘너 어디에서 왔니’ ‘너 누구니’에 이은 역저.

책의 서두는 ‘알파고 쇼크’에서 시작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소외시킬 것이라는 ‘AI 포비아’가 회자될 무렵, 저자는 은거를 뒤로 미루고 일곱 대의 컴퓨터가 도열된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AI를 제대로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만 AI 기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지론을 펼치며 동서양 고전은 물론 인터넷 댓글부터 문명론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동원하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책은 인공지능을 복잡하고 난해한 과학의 영역에서 구출해 우리의 보편적 삶 위에 그 실체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서양의 기계론적인 세계관으론 풀 수 없는 ‘인간과 인공 사이’의 고차원방정식을 한국인 특유의 생명의식과 동양의 인(仁) 사상을 응용해 도출해 낸다는 데 의미가 깊다. 동양과 서양, 인간과 문명, 기계와 생명, 시원과 미래를 연결하는 AI 스토리텔링의 정수로서, 이 책은 21세기 인공지능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교과서로 추천할 만한다.

저자는 생명사상을 제일 잘 체현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큰 기대를 건다. 우리는 과연 AI의 주인으로 살아갈 것인가, AI의 종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책을 통해 AI의 본질에 한발 더 접근해 보자. 이어령 지음/파람북/400쪽/1만 9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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