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건설사·애타는 조합… 부산 랜드마크 재개발 ‘수 싸움’
부산 해운대구 우동3 재개발구역 전경. 우동3구역을 비롯해 지역 랜드마크 사업장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 수익률 전쟁이 한창이다.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을 비롯해 소위 랜드마크 재개발 사업장이 ‘시공사 교체’ 이슈로 들썩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입지에 걸맞은 고품질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최대 수익을 올리려고 하지만,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보수적으로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의 눈높이 차이가 커지면서, 부산의 ‘대장’ 재개발 사업장은 ‘수익률 전쟁터’가 되고 있다.
3차례 입찰서 유찰된 우동3구역
보증금 등 시공사 입찰 조건 완화
건설사, 침체 국면이라 수주 부담
조합, 고품격 단지로 수익 극대화
눈높이 차이 탓에 치열한 기싸움
시공사 선정에 고의 유찰 의혹도
15일 우동3구역 재개발 조합은 대의원회의를 열어 시공사 입찰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 변경 조건은 700억 원이던 입찰보증금을 하향 조정하고, 공사비 지급 방식을 공사 진행률이 아닌 분양률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동3구역 박용한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건설사 부담을 낮추는 윈윈 방안”이라며 “재입찰 공고 후에는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동3구역은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건설사 미참여로 번번이 유찰됐다. 조합은 기존 입찰 조건이 까다로워 건설사가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4차 입찰에서는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시민공원 촉진3구역과 서금사A구역 등 시공사 교체 절차를 진행 중인 부산의 대표적인 재개발 사업장도 우동3구역 유찰 사태를 예의주시를 하고 있다. 수익률을 놓고 조합과 건설사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시점에서 랜드마크 사업장 수주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6~1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수익률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동산 경기 하락 시기에 랜드마크 사업장은 자칫 추후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랜드마크 사업장은 수익률이 거의 나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 수주를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수익률이 낮아도 적극적으로 수주전을 펼치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은 때 이들 사업장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전했다.
특히 ‘대장’으로 불리는 주요 사업장일수록 조합과 건설사의 입장 차이가 현저하다. 업계는 지난해 소위 ‘불장’ 여파로 재개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조합원이 된 이들을 중심으로 공사비는 낮추고 품질은 높이려는 풍토가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 대부분이 부동산 호황기였던 노무현 정권 때 대규모 수주를 했다가 외환위기를 맞으며 경영난이 심화된 경험이 있다”며 “건설사는 점점 수주에 신중해지는 데 반해 지역 대표 사업장의 조합원 요구는 과도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건설사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빌미로 랜드마크 사업장을 길들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건설사에 부담이 되긴 하지만 대형 건설사에 끼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고, ‘똘똘한 한 채’가 대세인 시장에서 랜드마크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덜 민감한 데도 건설사가 과도하게 공포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사가 담합해 시공사 선정 입찰을 고의로 유찰시킨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이달 초 열린 서금사A구역 시공사 선정에 한 건설사만 단독 입찰해 유찰이 됐다. 서금사A구역 이외 대부분의 지역 정비사업장도 특정 건설사의 단독 입찰로 유찰이 거듭된 후 수의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조합보다 시공사가 유리해지고, 대부분의 조합원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업계는 단독입찰이 가능한 이유로 건설사의 담합을 꼽았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수주전 비용만 백억 원이 넘을 정도로 건설사끼리 경쟁이 극심할 때가 있었다”며 “수주에 실패해 임원이 해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자 건설사끼리 사업장을 나눠먹는 식의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