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의 확대를 바란다
정회대 (사)한국혈액암백혈병협회 사무총장
얼마 전 인천에서 30년 넘게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사정을 알고 보니 딸은 중증 장애뿐만 아니라 대장암을 앓고 있었다. 중증 질환자가 있는 경우 짊어져야 하는 돌봄 부담이 워낙 크기에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살면서 갑자기 찾아온 중증 질환·부상 등으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을 경우 누구나 두려워한다. 또 가족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스러워한다. 더욱이 백혈병과 중증 희귀·난치 질환의 경우 장기간의 입원과 치료로 인해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 병간호하는 직계 보호자 역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마련하고 재원을 조성하는가에 따라 완치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의지가 확고해지고, 이는 치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가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도 중증 질환자는 시간대별로 수시로 고통이 찾아 오기 때문에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학생이 공부에만 열중해야 하는 것처럼 환자 또한 치료에만 전념해야 함에도 치료비, 병간호, 생활고 등의 기타 복잡한 요소로 인해 적절한 마음의 안정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모든 지원제도가 환자 중심으로 되어 있기에 환자를 집중 케어하는 보호자의 상태에는 큰 관심이 없다. 더군다나 면역이 약한 중증질환 환자의 손발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건강해야 한다. 환자 치료에만 몰입하다 보면 정작 자기 자신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처음에는 큰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장기간의 병간호로 인해 정작 본인은 육체적, 심리적 문제에 시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다시 말해 환자를 돌봐줄 곳을 찾지 못해 아픈 곳을 검사받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중증 질환자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 기약 없이 장기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약물 부작용 등으로 이차적인 후유증과 재발 공포등으로 검사 결과 시 환자와 보호자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한다.
2018년 7월부터 본격 도입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중증 질병·부상 등으로 가구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의료비가 발생하였을 때 경제적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의료비 지원사업이다.
소득 대비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비의 일부를 지원하여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보장증진과 국민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가계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중증질환을 앓게 되는 위기 상황은 또 하나의 재난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알지 못하여 신청을 하지 못하거나 신청기간이 초과 후 알게 되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내용과 절차 등에 대해 적극적인 안내를 하여야 한다. 또한 제도 운영상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수렴하고 제대로 된 재난적 의료 서비스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개선 사항을 발굴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설계를 해야 한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많은 중증질환 환자에게 장기 치료기간으로 의료비, 병간호, 생활비, 교통비와 직계 전담 가족에 대한 대비 등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영역에서 전문 실무자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통해 장기적인 제도 개선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