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하늘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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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 규제가 대폭 해제되면서 올해 여름휴가 장소와 즐길 거리는 한층 다양해질 전망이다. 그런데 모처럼의 휴가를 활용해 미뤄 둔 독서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독서를 하며 심신을 재충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최근 한 항공사가 ‘하늘책방’을 열었다. 에어부산은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전자도서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늘 위 전자도서관인 ‘하늘책방’을 선보였다. 휴대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전자도서를 대출해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하늘책방’엔 전자책, 오디오북, 학술논문 등 3가지 분야, 25만 5482권의 전자도서가 등록돼 있다. 이 항공사 회원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회원 1인당 한 번에 최대 3권, 월 최대 10권까지 대여 가능하다고 한다. 바쁜 현대인들의 독서 욕구를 배려한 기발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공항이나 기내에 머무를 때 자신의 책을 가져가지 않아도 손쉽게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도 되겠지만 침체된 출판계와 작가들에 힘을 실어 주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휴가 특수를 앞둔 호텔과 리조트도 독서 콘텐츠를 적극 도입한 곳이 인기몰이 중이라고 한다. 해외가 아닌 국내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 고객들 가운데는 쾌적한 서비스를 누리면서 편안하게 독서도 즐기고 싶다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서점 ‘이터널저니’를 두고 있는 부산 기장의 아난티 코브도 대표적인 ‘독서 휴가’ 명소로 꼽힌다. ‘경주산책’이라는 서점을 두고 있는 경주의 라한셀렉트 호텔도 독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문을 연 호텔 가운데 마케팅 차원에서 서점을 입점시키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점을 두지 않더라도 숙박객들에게 무료로 책을 제공하는 이른바 ‘북캉스 패키지’를 선보이는 호텔들도 눈에 띈다.

세종대왕은 책을 읽는 특별한 휴가인 사가독서(賜暇讀書)를 신하들에게 장려했다.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도 관료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권하는 ‘셰익스피어 버케이션’이라는 독서휴가 제도를 운용했다. 아마도 두 왕은 책이 선물하는 충전의 에너지와 정신적인 성장의 효능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땅뿐만 아니라 하늘에도 책방이 생기는 멋진 세상이다. ‘독서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영철 문화부장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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