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사 넘나드는 ‘광폭 행보’에 가는 곳마다 ‘여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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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이 자리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지인을 동행해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조용한 내조’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하면서 논란은 달아오른다.

보안 구역 대통령 집무실 사진
팬클럽 ‘건희사랑’ 통해 공개
지인과 동행한 봉하마을 방문
비선 인사 동원 논란 증폭시켜
16일 이순자 씨 계획대로 예방

김 여사는 1972년생으로, 올해 49세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연소 영부인이며, 대한민국 최초의 사업가 출신 퍼스트레이디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에는 남편보다 재산이 더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가만히 있어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반려견을 데리고 집무실에 가 사진을 찍고, 팬클럽이 주도적으로 김 여사의 일정과 사진을 공개하는가 하면, 사적 인연이 동원된 공식 행사를 가지는 등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때의 ‘비선 실세’ 프레임을 끌어들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여권은 김 여사를 둘러싼 난감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제2부속실 설치’ 문제를 놓고 고심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김 여사는 지난달 27∼28일 연이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을 방문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대통령실 공보라인 관여 없이 이례적인 경로로 보안구역 사진이 외부로 유출된 만큼, 이를 촬영하고 배포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방문 당시 사진을 찍은 주체가 외부인이 아니냐는 의혹에 “저희가 크게 문제 삼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가 부속실 직원의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영화관람을 하면서 찍은 미공개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는 일이 또 생겼다.

지난 13일 김 여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기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면서 논란이 절정에 달했다. 처음엔 김 여사가 무속인을 동행해 봉하마을 찾았다는 루머가 돌았다가 김 여사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인사가 충남대 무용학과의 김 모 겸임교수로 알려졌는데 코바나컨텐츠 전무로 김 여사와 동고동락한 사이라고 한다. 코바나는 김 여사가 2009년부터 운영해 온 전시 기획사로, 윤 대통령 취임 후 사실상 휴업 상태다.

김 교수는 특히 윤 대통령 선대위에서 생활문화예술지원본부장, 인수위에서 사회복지문화분과위원회 자문위원을 각각 지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와 지난해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을 나란히 맡은 사실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됐다. 김 교수는 지난달 초 김 여사가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도 동행했다.

여기에 봉하마을 방문 때 김 여사와 동행했던 전직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는 16일 오후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했다. 공개 행보를 둘러싼 논란 속에도 계획대로 역대 영부인을 차례로 만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리스크’의 근본 원인은 대선을 전후해 불거진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허위 학력 기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김 여사 스스로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조용한 내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제2부속실 설치는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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