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높인다” 내달 12일 디폴트옵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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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2일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서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국내 금융가가 분주하다. 다음 달 12일부터 실시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금융가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을 경우 적립금이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투자 상품으로 자동 투자되는 제도를 의미한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적용된다.

적립금 사전 합의 상품에 자동 투자
TDF·MMF 등 투자처 다양화될 듯
금투업계, TDF 시장 선점 분주
금융감독원, 규제 완화 방안 등 검토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다.

실제,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295조 6000억 원이다. 이중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DC형과 IRP 가입자는 전체의 40% 정도이다. 문제는 최근 10년간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이 3%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사실상 수익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디폴트옵션이 실시되면, 다양한 상품에 투자가 가능해진다. 주요 상품은 타깃데이터펀드(TDF),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혼합형·자산배분형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인프라펀드(뉴딜펀드), 원리금 보장상품 등이다.

이 중에서도 TDF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되고 있다. TDF는 은퇴 예상 시기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가입자의 연령대를 고려해 주식과 채권 투자비율을 조절해주는 펀드다. TDF에는 연금자산 투자 핵심인 글로벌 분산투자와 생애주기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조정 요인이 기본 운용전략에 반영돼 있다.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 옵션이 활성화돼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6년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이후 TDF 시장이 약 200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TDF 투자자 중 연금 관련 투자자는 80%가 넘는다.

금융투자업계도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의 낮은 수익률을 이유로 디폴트옵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금융투자업계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앞두고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TD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TDF의 타깃 고객을 다양화하거나 기존 TDF에 각 운용사별 특색을 더한 이른바 ‘리모델링 상품’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TDF 운용전략 업무에 주력했던 인물을 CEO(최고경영자)로 영입하거나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현재 디폴트옵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분기 중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퇴직연금 관련 운용 규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디폴트옵션 상품의 경우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 심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거쳐 안정성 등이 확인된 상품이 제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도 필요하다.

금융감독원도 디폴트옵션 도입에 앞서 퇴직연금 상품 투자 권유 시 지켜야 할 ‘표준투자권유준칙’을 하나로 통일하는 등 퇴직연금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TDF 시장은 매년 20~30%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품군 확대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며 ”앞으로 개인 투자자들도 퇴직 이후 안정된 삶의 기반이 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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