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7월 28일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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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라이프부 차장

오는 7월 28일부터 지구는 적자다. 그날은 2022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가 매년 발표하는 날짜로,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능력을 초과한 날을 뜻한다. 7월 28일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몫을 가져다 쓰는 셈이다. 지구를 한 가정의 가계로 비유하자면 1년 벌이를 7월에 다 써버리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생활하는 것이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12월이었다. 그러다가 1976년 11월 21일, 1987년 10월 27일, 2000년 9월 25일로 당겨졌다. 8월에 들어선 건 2005년(8월 26일)이었고, 2018년에는 7월 28일로 더 당겨졌다.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이례적으로 8월 22일로 조금 늦춰졌다. 하지만 2021년 7월 30일, 2022년 7월 28일로 다시 빨라졌다.

국가별 생태용량 초과의 날(Country Overshoot Day)은 그 나라 국민처럼 전 인류가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구 생태용량이 초과되는 날이다. 올해 한국의 날짜는 ‘4월 2일’로 다른 나라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먹고 입고 에너지를 쓴다면 1년 동안 3개의 지구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인이 세계 평균보다 배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타르 2월 10일, 룩셈부르크 2월 14일, 캐나다·아랍에미리트·미국 3월 13일, 호주 3월 23일, 벨기에 3월 26일, 덴마크 3월 28일, 핀란드 3월 31일에 이은 불명예스러운 세계 10위다.

현재 세대의 생태용량 과소비는 어떻게 줄여야 할까. GFN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늦출 수 있는 가능성의 힘을 이야기한다. 경제 탈탄소화는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이다. 인류 생태 발자국의 탄소를 50% 줄이면 날짜를 3개월 이상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자동차 운전으로 인한 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고, 자동차 운행거리의 3분의 1을 대중교통으로 대체하고 나머지를 자전거와 도보로 대체하면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13일 뒤로 이동한다. 육류 소비를 절반 줄이고 채식 식단으로 대체하면 17일 뒤로,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면 13일 뒤로 늦출 수 있다.

미래 세대의 몫을 뺏어 쓰고 있는 현실을 보자니 아이들 보기가 겸연쩍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어보니, 학교에서 배웠다며 “애플 다이어트를 하면 된다”고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애플 다이어트는 에너지의 ‘애(에)’와 플라스틱의 ‘플’을 합한 말로, 에너지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란다. 화석에너지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또한 플라스틱은 석유를 원료로 하는 데다 생산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환경오염이 줄고 에너지 사용도 줄어든다. 정작 본인들의 몫을 빌려 준 아이들이 ‘소비’를 줄일 방법을 배우고 찾고 실천하고 있으니 미안한 일이다. 동의 없이 빌려 쓰고 있는 어른들이 강력한 ‘상환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nice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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