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위한 ‘지산학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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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현 부산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6·1 지방선거에서 박형준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박 시장은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시민행복 15분 도시’, ‘글로벌 허브도시’, ‘아시아 창업도시’, ‘지산학 인재도시’ 등을 공약했다. ‘지산학 인재도시’는 박 시장의 초선 공약인 ‘워털루형 산학협력 체계’의 연장선으로 지난 1년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한 시책이다. 쇠락해 가는 부산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청년이 좋아하는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처방이며, 이를 위해 창업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핵심 동력인 산학협력의 강화가 시급함을 주장한 것이다.

7월부터 민선 8기 공약 본격 추진
사업화 시스템 구축·인력 확보는 숙제
R&D 투자·인력 공급 체계 중요

민간 주도 네트워크 및 투자 유도해야
기술 전문 코디네이터 총괄 관리 필요
지역 대학 지원 위한 교육 분권 시급


하지만 박형준표 지산학 협력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지난 1년간 부산시 담당과인 ‘지산학 협력과’, 부산테크노파크에 ‘지산학 협력단’을 설치하여 지산학 협력 네트워크인 ‘지산학 브랜치’를 개소하는 등 기본적인 지원 체계는 갖췄으나 사업화를 위한 산학협력 체계 구축, 전문성 있는 전담 인력의 확보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대학의 R&D 결과를 산학이 공동으로 사업화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대학이 공급하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은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다음달 출범하는 민선 8기 부산시정에서 지산학 협력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특히 지역 기업의 혁신성장을 달성하면서 폐과 위기에 처한 지역 대학 공학 계열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부산시는 몇 가지 과제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먼저 민간 주도의 산학협력 체계 구축이다. 박형준 시장이 벤치마킹한 캐나다 워털루대학의 산학협력 모델은 워털루·키치너 지역의 기업인들이 더 나은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1950년부터 워털루대학과 산학협력 체계를 마련한 데서 시작됐다. 이러한 민간 주도의 산학협력 네트워크는 캐나다가 2019년 세계 3위 스타트업 생태계로 성장하는 초석이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은 공공이 지원하고 기업과 대학이 참여하는 형태다. 이로 인해 산학협력에 대한 민간의 책임감이 낮아 민간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인재 채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민간이 주도하는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두 번째 전담 기관의 전문성 강화이다. 덴마크 제조업 아카데미인 MADE(Manufacturing Academy of Denmark)는 우리나라의 상공회의소 격인 덴마크 산업연합이 주도하여 2013년 설립한 산학연 파트너십 기관이다. 2016년에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산학연 공동개발을 위해 ‘MADE Digital’을 공동 투자하여 설립했다. MADE는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코디네이터로 채용하여 산학연 네트워킹을 원활하게 지원하고 사업화를 위한 민간 참여기관의 직접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부산도 지산학 협력 지원 기관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역 대학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원기관은 대학의 R&D를 사업화하기 위한 기술 복덕방(기술 중개기관)으로서 전문 코디네이터를 채용하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사업화 프로젝트를 기획·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의 권한 강화를 위한 교육 분권이다. 2021년 공시 기준 서울의 4년제 대학 충원율(99.54%)과 부산 지역 충원율(92.88%)은 큰 격차를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부산의 2년제 대학 충원율은 75.09%(서울 98.82%)로 현저히 낮아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이처럼 지역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대학에 대한 권한이 없는 지자체의 지원은 제한적이다. 다행히 새 정부는 교육부의 일부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지자체가 교육 행정에 대한 경험이 없어 사무, 조직, 인력 등에 대한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성공적인 교육 분권을 위해서는 지역 대학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부산시와 대학이 힘을 합쳐 지역에 필요한 권한을 이양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산학이 협력하여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없는 도시는 아무리 과거가 화려해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한때 미국 자동차산업 메카였던 디트로이트는 주력 산업의 침체와 함께 파산을 경험했다. 반면 스웨덴 남부 항구 도시 말뫼는 주력 산업인 조선업 붕괴 후 산학연 협력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 IT 등 신산업 메카로 재도약하였다. 부산도 지산학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기업과 인재가 모여드는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 슬로건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곧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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