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 ‘코골이 각방’ 괴로웠죠? 탈출 1단계는 정확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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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코골이 탓에 10년 넘게 가족들과 떨어져 각방을 쓰고 있는 이모(47) 씨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휴가 때 가족들과 한 객실을 잡았다가 새벽까지 계속된 그의 시끄러운 코골이 소리 때문에 자녀들이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특히 코를 골던 이 씨가 갑자기 ‘컥’하며 숨을 멈추는 바람에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가족 모두가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이 씨는 무리를 해서라도 방을 두 개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아예 가족들만 휴가를 보내고 집에 남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질식과 수면 중 잦은 각성 유발
만성 피로·고혈압·뇌졸중 높여
수면다원검사 통해 질환 진단
양압기 치료·체중 감량 등 필요


비만 남성이나 폐기능 이상 때 빈발

코골이는 잠을 자면서 숨을 쉴 때, 여러 원인으로 좁아지거나 막혀버린 기도로 공기가 지나는 과정에서 기도가 떨리면서 잡음이나 소음이 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씨가 앓고 있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대표적인 수면호흡장애의 일종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을 뜻한다. 오래 숨이 막혀 있다가 어느 정도 한계점을 넘기면 숨을 몰아쉬는 식으로 나타난다. 코골이 환자의 대다수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데, 조사 방법에 따라 적게는 9%에서 많게는 38%의 성인들이 수면무호흡증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코골이 환자가 많고, 폐경기 여성, 고도 비만, 턱이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체형, 폐기능이나 신경계 이상이 있는 이들이 더 흔히 앓는 편이다.

수면 중 발생한 무호흡은 질식과 함께 수면 중 잦은 각성을 유발한다. 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물론, 체내 산소포화도를 감소시켜 고혈압과 당뇨, 뇌졸중, 심장병, 치매 발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 밖에 암, 우울증, 발기 부전, 천식, 위식도역류질환 발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고태경 과장은 “중증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고도 비만에 심혈관 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다 수면 중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며 “드물지만 실제로 수면다원검사 중에 심정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로 중증도 진단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질환 여부를 진단받을 수 있다. 우선 간단한 문진과 신체검진을 거친 뒤 내시경 검사로 비강 및 인후두의 구조를 평가한다. 이후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환자의 수면 중 무호흡과 저호흡의 발생 빈도, 시간, 산소포화도, 심장박동의 변화, 수면 중 신체의 움직임, 각성 등을 검사해 수면 질환의 원인을 찾는다.

수면무호흡증은 환자의 증상 및 수면다원검사 상의 무호흡·저호흡 지수를 바탕으로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나뉘어 진단한다. 중증도나 중중의 수면무호흡증은 여러 가지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 과장은 “단순한 코골이나 경증의 수면무호흡증에 대해서는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기저질환을 동반하고 있거나, 무호흡의 빈도는 낮지만 산소포화도의 감소가 심한 경우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양압기 착용이 표준치료법

수면무호흡증은 수술적 방법과 비수술적 방법을 통해 치료한다. 수술적 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수술 방법이 적용된다.

비수술적 치료 중 가장 중요한 방법은 양압기 치료로, 수면무호흡증의 표준 치료법이다. 공기를 불어넣는 양압기를 착용해 상기도 협착을 예방하고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하는 요법이다. 양압기를 쓰는 경우 환자가 기계에 잘 적응만 한다면 100%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양압기 착용으로 코, 구강 등에 불편감을 느낄 수 있고, 매일 안경을 쓰듯 수면 시에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틀니와 비슷하게 생긴 구강 내장치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수면 시 구강 내에 고정해 턱을 앞으로 전진시키고 혀가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장치다. 하지만 중증의 수면무호흡 환자에게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수면무호흡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과 생활습관의 변화, 복용약물의 조절 등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증 환자라면 구강의 근기능을 강화시키는 운동도 효과가 있으며, 술과 담배를 끊고, 수면제나 근육이완제의 복용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 과장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환자들 중에서는 수면 자세에 따라 증상의 정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며 “바디 필로우를 이용해 옆으로 누워 자거나 잠옷 뒤에 테니스공을 붙이고, 잘 때 작은 백팩을 매는 것도 수면무호흡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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