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0년 만에 ‘여소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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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물가가 총선 판도 바꿔 마크롱 집권2기 국정운영 비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하는 범여권이 프랑스 총선(의회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프랑스 집권 세력이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물가 상승이 프랑스 정치 지형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내무부는 19일(현지시간) 하원 결선투표의 집계를 마무리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을 비롯한 여권 ‘앙상블’이 전체 577석 중 245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지닌 다수당의 지위는 지켰지만, 과반 의석에서는 44석이 모자라 법안 단독처리가 불가능하게 됐다.

살인적 물가가 총선 판도 바꿔
마크롱 집권2기 국정운영 비상

이번 총선에서 중도진영의 침체 속에 좌우 극단진영이 약진했다. 특히 좌파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는 135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뛰어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생필품 가격 인상을 막고,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멜랑숑의 공약은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입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살인적인 물가’가 총선 판도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뉘프에 투표한 파리 교외의 거리 청소부 파브리스 벨리(47) 씨는 WSJ에 “인플레이션은 나의 가장 큰 관심사”라면서 “더 이상 소시지를 살 여유가 없어 담배를 사는 대신 니코틴 패치를 붙여야 했다. 월급을 제외한 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고 좌파 후보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지난 4월 대선 때보다 이번 총선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더욱 관심이 확대됐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유권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 5위 내에 물가 이슈인 구매력(2위)과 에너지 가격(4위)이 포함됐다. 에너지 가격의 경우 두 달 전엔 6위였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이 강조해온 안보 이슈는 3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마크롱이 정치적으로 마비될 위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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