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난민수용소에서 ‘노예시장’ 성행
아프리카의 난민수용소에서 노예시장이 성행한다는 사실이 유엔에 의해 밝혀졌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말라위 경찰은 말라위의 난민수용소를 조사한 결과 난민을 사고 파는 노예시장이 암암리에 운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폭로했다.
말라위 잘레카 난민수용소의 어린이. 사진/UNODC
UNODC가 조사한 곳은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서 41km 떨어진 잘레카 난민수용소다. 이곳은 1991년에 설립됐다. 총 수용 규모는 1만여 명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5개국에서 탈출한 난민 5만 2000여 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잘레카 난민수용소의 노예시장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자 나라인 남아공에 근거지를 둔 인신매매 조직범죄단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남아공 범죄단 외에 국제적 인신매매 조직범죄단도 수용소 안에 거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레카 난민수용소의 노예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인신매매가 확인됐다. 어린이나 남성은 말라위는 물론 여러 나라 농장이나 집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소녀와 성인 여성은 잘레카 난민수용소는 물론 말라위 다른 도시, 또는 남부 아프리카 여러 나라로 팔려나가 대부분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일부 피해자의 경우 다른 난민수용소에서 노예로 팔린 뒤 잘레카 난민수용소를 거쳐 최종 목적지로 이송됐다는 것이다. 이곳은 노예를 이송하기 위한 중간 거점이었다는 이야기다. 다른 난민수용소에서도 노예시장이 성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UNODC는 미얀마의 로힝야 난민수용소 등 여러 곳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UNODC는 지금까지 노예시장에서 팔려간 피해자 90명의 신분을 확인해 구조했다. 구조된 피해자 대부분은 에티오피아에서 피난 온 18~30세 남성이었다. 에티오피아,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12~24세의 소녀와 여성도 있었다. 구조자 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다른 일부는 안전가옥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UNODC는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더 많은 피해자가 노예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탈출한 16세 소녀는 노예로 팔려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UNODC의 훈련을 받은 말라위 사복경찰에 발견돼 구조됐다. 소녀는 내전 때문에 네 살 때 수용소에 들어갔다. 열 살 때 노예시장에서 팔려 지금까지 성매매에 내몰렸다. 소녀는 구출되던 날 밤에는 성매매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사복경찰이 그녀를 구출해 안전가옥으로 데려갔다. 소녀는 지금 안전가옥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으면서 고향에 돌아날 날을 기다린다. 그녀는 “나중에 교사가 되고 싶다. 헤어진 지 오래 된 오빠를 다시 만나고 싶다”며 울먹였다.
UNODC는 잘레카 난민수용소에서 노예 인신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피해자 구조 및 가해자 처벌 작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UNODC는 먼저 난민수용소 관계자 28명을 교육시켜 인신매매 추가 조사 및 피해자 신원 확인과 구조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또 이 관계자들을 보내 지역 경찰과 국경 경비대 군인을 다시 교육시키기로 했다.
UNODC의 맥스웰 매터위어 국장은 “조사 이전에 우려했던 것보다 상황이 나쁘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지어 일요일 노예시장이 버젓이 열리는 것도 목격했다. 난민수용소 외부 사람이 와서 어린이를 사가는 걸 봤다. 이렇게 팔린 어린이는 강제노동이나 성매매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쟁, 테러, 보복 등을 피해 1분마다 20명의 난민이 발생한다. 2021년 말 현재 총 난민은 8930만 명에 이른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