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내 경찰 지원조직 신설… “법치주의 훼손” 전국 경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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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 지원 조직 설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장관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경찰 지원조직 신설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권 명문화 등을 담은 ‘경찰권 견제안’을 21일 권고했다. 경찰은 권고안에 대해 법치주의 훼손이 우려된다며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요구했다.

자문위가 이날 발표한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감찰·징계 제도 개선 등이 담겼다. 행안부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영향으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졌다고 보고 이 같은 권고안을 마련했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 권고안
행안부 장관 지휘권 명문화
경찰청·국가경찰위원회 등
“제도 32년 전으로 후퇴하나
범사회적 논의 필요” 촉구

우선 자문위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와 운영을 위해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 조직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자문위는 “헌법, 정부조직법 등에서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과 관련해 법령 발의, 제안, 인사제청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행안부 내에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칙을 제정하도록 했다. 자문위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청의 중요 정책 수립에 대해 그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행안부는 관련 규칙이 없으므로 소속청장의 지휘 규칙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자문위는 고위직 경찰공무원 인사 과정에서 행안부에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에 관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경찰권 남용과 부패를 막기 위해 경찰 자체 감찰을 강화하고, 감사원 등 외부 감사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권고안에 담았고, 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공무원의 징계 요구 등 관련 절차도 개선하도록 했다.

대략적인 개요가 공개됐던 자문위 권고안의 내용이 이날 발표로 구체화되자, 경찰 내부에서는 “우려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반응 속에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개최한 후 입장문을 내고 “권고안은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고, 나아가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며 “사회 각계 전문가와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정책 실행자인 현장 경찰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찰 업무·행정 제반 문제의 처리 기준을 심의·의결하는 독립 국가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도 ‘권고안에 대한 국가경찰위원회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경찰 제도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경찰 행정·제도를 32년 전의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부의 권고안 강행 드라이브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경찰의 현실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부산경찰청의 한 직원은 “국회 입법을 우회해 시행령 개정만으로 권고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경찰이 반발한다고 해도 마땅하게 대항할 수 있는 카드가 없지 않느냐”며 “행안부가 관련 법상 상위 기관으로 볼 수 있어 권한쟁의심판의 대상도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일부 지역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직장협의회 중심으로 성명서를 내고 현수막을 걸고 있지만, 단체행동권이 없는 경찰의 반발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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