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번째 자체 기술 ‘실용위성 발사’… ‘K우주시대’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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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에 실린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가 21일 2차 발사에서 궤도에 안착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10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오늘 대한민국 과학기술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기념비적인 순간에 섰다”며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공식 확인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로 1t(톤) 이상의 실용적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자체 기술로 쏘아 올린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

분리된 위성 모사체·성능검증위성
순수 국내 기술로 첫 설계·개발
300여 기업 500여 명 인력 참여
3차 발사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에 발사돼 성능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 분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에 따라 누리호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 위성은 지표면에서 700km 안팎의 고도에서 초속 7.5km 안팎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누리호는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된 최초의 우주 발사체다. 위성을 쏘아 올린 75t급·7t급 액체 연료 엔진을 비롯해 발사체에 탑재된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까지 모두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특히 향후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75t급 엔진의 성능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앞으로의 우주 개발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과학로켓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고체 과학로켓에서 시작해 2003년에는 첫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Ⅲ를 발사했다. 이어 한국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100kg급 소형 위성 발사체인 나로호(KSLV-I)를 개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3차례 발사했다. 첫 2차례 발사에는 실패했지만, 2013년 3차례 시도 만에 성공했다.

나로호 성공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I·항우연)은 자체 발사체 개발에 돌입했다. 2018년에는 75t급 액체 엔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1단 로켓인 누리호 시험발사체(TLV) 발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지난해 10월 21일에는 누리호 1차 발사가 있었다. 당시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3단 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되면서 위성 모사체를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항우연이 2027년까지 총 6874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누리호를 향후 4차례 더 발사해 기술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미국의 ‘스페이스X’와 같은 국내 우주산업체를 육성·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주 내용이다.

누리호 3차 발사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한편, 2010년 3월 시작된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을 적극 활용하는 민관 협력 방식으로 진행됐다. 누리호 프로젝트에는 300여 개의 국내 민간 기업에서 총 500여 명의 인력이 참여했다.

참여 기업으로는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은 항우연(KAI)과 엔진 조립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KAI는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하며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았다.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은 한화그룹의 우주사업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형발사체 발사대 건립을 총괄했다.

정부에 따르면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 규모인 약 1조 5000억 원이 참여 기업에 쓰였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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