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치주의 훼손' '행안장관 탄핵' 부른 경찰국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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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현직 경찰관들이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 모여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경찰 통제 관리를 위한 권고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현직 경찰관들이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 모여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경찰 통제 관리를 위한 권고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을 개혁하기 위해 통제 장치 마련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의 독립성과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달 14일 경남 24개 경찰서 직원이 참여한 경남경찰직장협의회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전국 최초로 낸 이후 경찰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이는 21일 행안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관리를 위한 권고안 때문이다. 권고안에는 행안부에 경찰 인사·예산·정책 업무를 담당할 경찰국을 설치하고 장관이 경찰청장 등 고위 간부 징계 요구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행안부 경찰 통제 방안, 중립성 해칠 우려

정권 예속 없는 민주적 견제 방법 찾아야


경찰제도개선자문위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지시로 설립된 만큼 정부가 권고안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대로 시행되면 행안부는 경찰 인사와 감찰, 징계 등 광범위한 기능과 업무를 관장하면서 경찰을 실질적으로 지휘·통제하게 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명목으로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라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경찰에 대한 통제 장치가 필요해서다. 경찰은 수사 종결권을 갖는 등 권한이 대폭 커졌으며, 정보 경찰의 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2024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이양되면 13만여 명의 거대 조직인 경찰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바뀐다.

이 때문에 경찰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강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경찰의 권한 오·남용을 막고 인권 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절실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행안부 경찰국 설치가 포함된 권고안은 되레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권고안은 앞으로 정권이 경찰 인사와 업무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어서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였던 경찰을 외청으로 독립시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온 경찰법 제정 취지와도 상반되는 까닭이다. 경찰청 독립 이전까지 경찰은 권력의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권 비호에 동원되거나 국민 탄압에 앞장서지 않았던가.

권고안 탓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발상”이라고 맹비난하며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시행할 경우 행안부 장관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야당 의원들까지 나왔다.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강력 반발하는 경찰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마저 경찰의 독립·중립성 약화를 걱정할 정도다. 정부는 일방적인 추진을 접고, 이 같은 비판을 새겨 경찰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기존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 강화나 자치경찰제 활성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민주적인 견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경찰이 정권에 예속되는 걸 바라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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