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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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중부에 위치한 쿠퍼스타운은 문학과 호수의 고장이지만 야구가 처음 생겨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1839년 애브너 더블데이 장군이 여기서 야구 경기를 처음 창안했다고 전해진다. 1936년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이 생긴 뒤로 이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대를 풍미한 선수는 물론 감독과 심판, 해설자 등 각종 야구 족적을 남긴 이들을 기리는 일종의 박물관인데, 기억할 만한 역사적 기록과 선수들을 기념하는 청동장식 액자가 진열된 화랑이 눈길을 끈다. 헌액 기념식이 열리는 매년 7월 마지막 주, 수만 명의 인파와 함께 열리는 성대한 축제는 장관이다.

‘명예의 전당’은 스포츠나 예술 등 특정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나 예술가, 존경할 만한 인물을 기리는 건물 혹은 단체, 모임을 가리킨다. 스포츠 분야에 유난히 많은 게 특징이다. 프로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의 경우, 4대 빅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프로 미식축구, 북미 아이스하키리그, 프로농구가 모두 명예의 전당을 갖고 있다. 2007년 박세리 선수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건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였다. 일본은 ‘야구 전당’이라 부르는 야구 명예의 전당을 두고 있고, 우리나라는 대한축구협회 명예의 전당이 2005년 만들어진 바 있다. 명예의 전당은 과학과 e스포츠 영역까지 다양한 장르로 퍼지는 추세다.

음악 분야에서는 단연 ‘로큰롤 명예의 전당’이 명성을 자랑한다. 1983년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의 업적을 기리자는 아이디어가 싹튼 뒤 1995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기념관이 개관했다. 여기에 헌액되는 것은 대중음악가들에게 더없는 영광이요 평생의 꿈이다. 피라미드처럼 생긴 멋진 건물 외관과 음악의 역사를 보여 주는 방대한 자료, 수천 점의 가수 유품들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최근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사업안이 부산시의회를 최종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서울·인천 등 수도권 도시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기장군 유치가 확정된 게 2013년이다. 9여 년의 우여곡절을 접고 마침내 건립(조감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 만큼 야구 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명소로 잘 키워야 할 것이다. 그 얼개는 문화·체육·관광을 한곳에서 누리는 신개념 복합 문화공간이라고 한다. 새 랜드마크로서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부산이 세계적인 야구 도시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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