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활성화’ 약속한 대한항공,‘통합 LCC 부산 본사’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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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이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 3사를 진에어로 통합하고 항공사 ‘허브공항’(모항)을 인천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산업은행이 LCC 통합 정책을 발표하며 강조했던 “지방공항 허브 구축”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잊혀진 약속’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에 정책자금을 투입했던 산업은행이 결국 ‘조원태 경영권 지킴이’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LCC 진에어로 통합… 인천 본사”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발언 파장
산은 ‘지방공항 허브’ 구축 무산
지역항공사 에어부산 소멸 위기
시민단체 ‘1인 시위’ 등 강력 반발
부산시 “정치권 협의해 저지할 것”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며 ‘특혜’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산업은행은 2020년 4월 수출입은행과 함께 대한항공에 1조 2000억 원을 지원한데 이어 11월에는 8000억 원의 정책자금 투입을 발표했다. 특히 8000억 원은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조원태 우호지분’ 역할을 하면서 국책은행이 정책자금으로 특정인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결과를 낳았다.

산은은 특혜 논란을 의식해 8000억 원 투입을 통한 아시아나항공 합병 방침을 밝히면서 ‘규모의 경제’ ‘소비자 편익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국부유출 방지’ 효과를 강조했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해선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인천공항 이외의 두 번째 허브공항(세컨드 허브)을 구축해 ‘지방공항 출도착 노선’을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 같은 산은의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은 최근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flight global)과의 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통합 LCC의 허브가 되는 인천을 중심으로 운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부산에 대해 “세컨드 허브(secondary hub)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통합 LCC의 ‘모항’이 아닌 ‘보조공항’으로 산은의 약속과 다른 개념이다.

조 회장의 발언대로 LCC통합이 진행되면 ‘에어부산’ 브랜드와 부산에 근거를 둔 ‘지역 항공사’는 사라지게 된다. 통합LCC는 진에어라는 이름으로 인천공항을 ‘모항’으로 운영되며 부산은 보조공항 역할만 하게 된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부산으로선 지역 항공사 없이 대형 공항만 건설하게 되는 셈이다.

산은의 ‘국부유출 방지’ 약속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인터뷰에서 노선 독점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노선에 관심이 있는 항공사들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한항공이 미국과 EU 등 해외 경쟁당국에서 합병승인을 받기 위해 자사와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일부 장거리 노선을 외항사에 넘기려는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항공사의 주요 ‘무형자산’인 운수권이 외항사로 넘어가게 되면 ‘국부 유출’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산은이 수천억 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주면서 약속했던 ‘경제적 효과’는 결국 ‘특혜 논란’을 피하려는 ‘명분 만들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회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현재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조 회장의 발언에 대해 부산시와 지역 시민단체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23일 빗속에서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 앞에서 '에어부산 살리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시민연대는 1인 시위를 통해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와 성공적 개최는 물론 가덕신공항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역 항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통합 LCC 부산 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내달 중 산업은행과 대한 항공 본사를 항의방문할 계획이다. 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등은 당초 약속대로 통합 LCC의 본사를 부산으로 해야 한다"며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해 부산의 품에 남을 수 있게 하라"고 주장했다.

부산시 역시 조 회장의 발언으로 어수선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상공계,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가능한 방안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통합 LCC 인천 본사 움짐임을 저지할 것"이라며 "국회 원구성이 이뤄지는 대로 정치권과의 협의도 함께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지역사회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통한 지역기업화'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리매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통합 LCC 본사 유치에 주력하되, 분리매각·지역기업화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열·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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