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반야심경엔 원문의 핵심 메시지가 빠졌다는데…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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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정해/관정

반야심경의 정확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지금까지 알려진 원문은 260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수많은 경(經) 가운데 일반적인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종 예불 의식 등에서 반야심경 구결을 암송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홍콩 출신 배우인 주성치 주연의 영화 서유기 월광보합 편에서도 시간여행을 위한 주문으로 ‘반야바라밀~’을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 등 반야심경은 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문 중 잘린 부분 모두 ‘복원’ 의미

해설서 잘못 해석한 것도 모두 교정


하지만 최근 〈반야심경 정해〉를 선보인 관정 스님은 현재 보급된 반야심경엔 당초 원문의 핵심 메시지가 빠져 있다고 강조한다. “당나라 현장법사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원문 반야심경을 한문으로 번역하면서 원문을 60% 가량 잘라냈습니다. 문제는 그 잘려진 부분에 핵심 메시지가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반야심경은 뜻도 모르고 암송하는 주문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반야심경 정해〉는 사실상 반야심경의 내용을 제대로 복원한 세계 최초의 완역 해설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려웠던 기존의 반야심경을 새롭게 해석, 정확하고 알기쉬운 문체로 재구성한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불교를 사상적·철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입장에서도 부처가 강조한 핵심 정신을 복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관정 스님은 산스크리트어본과 8종의 한역본 연구 등 이번 책의 구상과 자료수집, 집필에 15년 가량이 소요됐다고 한다.

“반야바라밀다심경을 제대로 번역하면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방법의 핵심을 말해주는 경’입니다. 원문에서 빠진 부분을 모두 복원해 넣고, 한문 반야심경을 참고한 해설서들이 잘못 해석한 부분을 모두 교정한 뒤 다시 그것을 쉽고 정확한 말로 번역, 당초 부처가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를 되살려냈습니다. 반야심경이 말하고자 했던 지혜를 완성하는 수행방법을 복원한 것이 이번 저작의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790쪽에 달하는 방대한 〈반야심경 정해〉의 핵심 내용을 간추린 220쪽 분량의 〈반야심경, 무슨 말을 하고 있나〉라는 책도 함께 펴냈다. 재가불자나 일반인, 연구자 등이 복원된 반야심경의 의미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엔 〈반야심경 정해〉에 들어있지 않는 위빠사나 지혜를 계발하는 수행방법인 아나빠나사띠를 설명하는 부분 등도 수록해 흥미를 더한다.

관정 스님은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해운대고등학교에서 교사로 10년 동안 재직한 뒤 통도사 반야암 지안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1985년 전국 대학생 학술연구발표대회에 ‘금강경 국역본에 나타난 문의미(文意味) 변이와 그 원인분석’이란 논문을 발표하여,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존 저서로는 〈마하시 사야도의 위빠사나 명상법〉 〈대승기신론 속의 사마타와 위빠사나〉 〈걷기명상〉 등이 있다. 관정 지음/알아차림/790쪽/6만 5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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