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 5G 서비스 고도화, 안테나 장비 수급 문제로 난항
5G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의 5G 서비스 ‘고도화’가 장비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사들이 5G망에 주력으로 사용하는 ‘중대역’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안테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안테나 핵심 장비에서 국내 업체의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 ‘속도전’으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얻은 한국의 5G가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고도화’ 경쟁에서도 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G 고도화와 관련 전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다중입출력장치(massive MIMO·mMIMO)에 집중적 투자를 하고 있다. mMIMO는 전파 신호 세기를 강화하는 ‘빔포밍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다수 안테나를 결합하는 5G 핵심 기술이다.
전 세계, mMIMO에 집중 투자
한국형 장비 개발 지연으로 격차
글로벌 기술정보 분석업체인 ABI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7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100만 개 이상의 mMIMO가 설치돼 관련 투자 규모가 430억 달러(약 5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BI 리서치는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이 mMIMO 투자를 선도할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은 안테나 설치 공간과 무게 제약으로 32TR mMIMO를, 미국은 64TR mMIMO를 주로 설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2TR 장비는 기지국 내 안테나와 필터가 32개, 64TR 장비는 64개가 장착돼 성능에서 차이가 크다.
미국에서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64TR mMIMO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서 5G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역별로 일부 64TR mMIMO 안테나가 설치되고 있지만 장비 수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국형’ 64TR mMIMO 개발이 늦어지면서다.
통신 3사는 지역별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화웨이 등 각기 다른 mMIMO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수도권(경기남부 제외)에서 화웨이의 64TR mMIMO 장비를 구축한 데 비해 경쟁사들은 수도권에 주로 삼성전자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한국형 64TR mMIMO 장비 개발이 늦어지면서 통신사간 품질 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미 64TR mMIMO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경량화’된 한국형 장비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장비를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인구 밀집지역 등 통신 트래픽이 많은 지역에 주로 64TR 장비를 배치하고 있다”면서 “안테나의 하중 문제 등으로 ‘한국형 장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LG유플러스와 경쟁사의 주파수 자원 격차로 가려 있던 64TR 문제는 최근 주파수 추가 할당 논의 과정에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KT는 1월 국회에서 개최된 주파수 추가할당 관련 간담회에서 “우리도 장비투자 하면 된다고 하지만 제조사의 로드맵상 64TR 장비는 2023년 이후 개발되는 상황”이라며 장비 수급 문제에 의한 통신 품질 격차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화웨이 제재’ 등 논란을 피해 삼성전자 장비를 선택한 통신사들이 장비 격차로 인한 품질 격차를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제재 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무선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여전히 1위 사업자다. 시장조사기관인 델오로그룹(Dell’Oro Group)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매출 기준 글로벌 통신장비시장 점유율은 28.7%에 달했다. 에릭슨(15%), 노키아(14.9%), ZTE(10.5%), 시스코(5.6%) 등이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는 3.1%에 그쳤다.
정부는 “특정 제조사의 장비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다”며 장비 수급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5G 품질 평가에서 각 사별 5G 속도가 그대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64TR 장비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 삼성전자 측은 “장비 납품 시기는 고객사와 관계된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