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억 증여세 취소해 달라” 롯데장학재단, 항소심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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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장학재단이 191억 원대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세무 당국과의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장학재단이 특수관계인 수를 초과해 성실공익법인 자격을 잃더라도 법 개정 전에 출연받은 재산이라면 가산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행정1부(박해빈 고법판사)는 롯데장학재단이 동울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신격호 회장 등 출연 1983년 출범
2008년 소급 과세에 소송했다 패소
“시행령 이전 출연 주식 과세
조세법률주의 안정성 훼손”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1심 뒤집어



롯데장학재단은 1983년 12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5억 원 상당 주식 등을 출연받아 인재 육성과 기초과학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 허가·등기를 마치고 공익재단법인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2008년 2월 개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서 공익법인의 이사 현원을 제한하는 조항이 신설되면서 롯데장학재단은 성실공익법인의 요건을 상실했다. 신설 조항은 공익법인 이사 현원 중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이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출연한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공익법인 제도를 악용,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 수단으로 이용하면서도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부산지방국세청은 2017년 6~7월 롯데장학재단에 대한 증여세 조사를 진행, 과세자료를 관할 관청인 동울산세무서에 통보했다. 동울산세무서는 2018년 8월 장학재단에 특수관계인의 재직 기간 등을 고려해 2012~2014년 귀속 증여세(가산세) 191억 4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당시 롯데장학재단의 이사는 모두 6명으로, 신 회장의 장녀와 롯데 계열사 임원을 지낸 2명 등 총 3명이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 것이다.

세무서는 재단이 보유한 주식 중 지분율 5%를 초과한 분량에 대해 세금을 매겼는데, 시행령 개정 이전에 공익법인으로 인증돼 받아온 비과세 혜택을 소급 적용했다. 가산세 금액이 큰 것은 주식 가치가 30년 동안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자 롯데장학재단은 ‘개정된 시행령 이전에 주식을 출연받은 것이어서 2008년 상·증세법 시행령 규정으로 소급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은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 주장처럼 성실공익법인 해당 여부를 최초 출연 시 시행되던 규정으로 한정하면 법 취지를 침해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의 장녀가 시행령 개정 후인 2012년 2월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롯데 계열사 임원이던 이사 2명이 같은 해 7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근무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원심이 해당 법을 확장 해석했다고 본 것이다. 개정 시행령에는 ‘이 시행령 시행 이후 최초로 공익법인 등에 주식 등을 출연하거나 공익법인 등이 주식 등을 취득하는 것부터 적용한다’고 규정돼 소급 적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증세법 시행령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출연 또는 취득한 주식에 과세한다면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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