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법사위원장 국힘에 양보”… 원 구성 협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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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왼쪽 세 번째) 대표가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민주당이 법사위 양보 조건으로 내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 국민의힘이 일단 반대하면서 기 싸움이 이어졌지만, 민주당의 ‘법사위 제안’을 기점으로 여야 간 물밑 접촉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지난해 합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데 동의한다”며 국회 정상화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원 구성 갈등의 핵심 뇌관이 제거된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조정 문제 역시 21대 국회 임기 내 시간을 두고 개선할 장기 과제로 삼을 수 있다며 심사권을 조정하지 않으면 법사위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대신 사개특위 구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헌법소원·권한쟁의 심판청구 등 각종 소송 취하를 법사위원장 양보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개특위 구성 등 조건 제시
국힘 “수용 불가” 일단 고수
양당 물밑 접촉 본격화 전망
이번 주 돌파구 마련 가능성


국민의힘은 일단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요구 조건은 따져 보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조건을 모두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준석 대표는 26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반기)당시 원 구성 합의를 준용하는 선에서 우선 논의를 끝내고 나머지 현안은 서로 다른 채널로 소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사개특위 구성에 대해서는 절대 받을 수 없는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형 FBI(연방수사국)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등을 논의할 사개특위는 검수완박의 후속 작업이라는 점에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법사위 양보 발표 뒤 즉각 사개특위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거부를 당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수완박 관련 소송 취하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쉽사리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만 권 원내대표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단장 자격으로 출국 28일 밤부터 7월 1일 새벽까지 자리를 비운다는 점이 원 구성 협상에 변수다. 권 원내대표 출국 전 원 구성 협상 타결에 실패할 경우 7월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고유가·고물가 국면에서 국회 공백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센 만큼 권 원내대표 출국 전 원 구성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당의 거절로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국민이 여당을 뭐라고 평가하겠느냐”며 “박홍근 원내대표가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오늘내일 중으로 답을 주시길 바란다”고 권 원내대표를 압박한 것도 이런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비친다. 우 위원장은 “야당이 일부 양보 의사를 피력했는데 여당이 어떤 양보도 하지 않겠다며 국회 정상화를 발로 걷어차는 모습을 보면,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된다”고 강조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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