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치솟는데 정유사만 ‘돈방석’… “횡재세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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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큰 이익을 남기고 있는 정유사에게 횡재세를 매겨야 하는 움직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사진은 전남 여수 국가산단 내 한 정유공장 모습.부산일보DB

기름값이 기록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정유사들이 역대 최고의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도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으로, 일명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로도 불린다. 영국은 최근 정유사를 대상으로 초과이윤세를 도입해 시행 중이고, 미국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서민 가정은 고통받는데 정유사들은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내 가격, L당 2100원 돌파
정유사들 역대 최고 ‘초호황’
여야 “정유업계도 고통 분담해야”
초과이익 환수 목소리 점차 커져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L당 2100원 선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소비자들의 불만도 날로 커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말했고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유사는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GS칼텍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81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70.9%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한데 영업이익은 80.6% 증가했다. 이는 정제마진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도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6491억 원을 기록해 182.2%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영업이익 7045억 원으로, 70.7%가 늘었다.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 1356억 원으로 추정한다.

업계에 따르면 1분기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28.4달러로 전분기보다 무려 121.5% 상승했다. 지난달 27일 기준 2분기는 29.4달러로 더 올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자 이를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즉각 반영하는 대신, 국제유가가 하락할 시기엔 기름값을 별로 내리지 않는 방식으로 마진을 많이 챙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큰 이익을 낸 만큼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것이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횡재세의 논리다. 특히 정유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신규업체가 진입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석유와 가스업체에 25%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 파운드(약 24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정유사들은 1분기에 거둬들인 영업이익 4조 8000억 원 중 약 40% 규모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앞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손실로 다시 반납해야 하므로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횡재세는 시장논리에 어긋난다고 반박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안정을 위해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기름값은 결국 국제유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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