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주52시간 유연화 논의 노동계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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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3일 근로시간 주52시간제의 ‘유연화’를 추진하겠다며 연장 근로시간 체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아직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고 말해 혼선을 빚고 있다. 주52시간제가 실제로 바뀔 것인지, 바뀐다면 어떤 방식이 될지 주목된다.

근로시간 유연화가 확정된 것처럼 알려진 데 대해 윤 대통령은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이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민간과의 논의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검토해 보고 있다는 취지에서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부의 주52시간제 유연화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용부 23일 노동시장 개혁안 발표
연장 근로시간 ‘월 단위’ 관리 핵심
민간 전문가 ‘연구회’ 4개월 논의
대통령 “확정 아냐” 발언에 혼선도
노동계 “장시간 노동 보장 위한 정책”

고용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의 핵심은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 확정된 방안은 아니지만 고용부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앞으로 7월부터 4개월간 운영해 구체적인 입법·정책과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26일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노동시장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더 유연화돼야 한다는데 대해선 강한 의지가 있다. 주52시간이 너무 획일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문제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주 단위로 있는 것은 범위를 좀 넓혀야 되는 것 아니냐.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고 민간전문가들이 노사와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월 단위 또는 그 이상이 확정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으니 그것은 좀더 대화를 해서 유연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정확한 뜻”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의 말처럼 전문가들의 논의 과정이 남았지만, 정부가 이미 근로시간 개편의 큰 방향을 제시한 만큼 기본적인 개편 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고 ‘당사자(노사)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것이 주 52시간제다.

고용부의 발표는 현재 1주에 최대 12시간 가능한 연장 근로를 한 달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만약 연장근로를 한 주에 몰아서 하면 산술적으로 1주일에 92시간을 근무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좀 극단적인 예시다. 하지만 예를 들어 게임업계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제품 출시 1~2주 전에 몰아서 일을 하는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주 120시간 근무’ 발언을 한 적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노동계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장시간 노동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반박했고,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관심사인 시대착오적 장시간 노동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고용부의 23일 브리핑에서는 과로 방지 대책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이정식 장관은 “특정 주에 무제한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 건강권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건강권 보호조치가 반드시 병행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11시간 연속 휴식’ 등”이라고 답했다. 이는 하루 근무가 끝나고 다음 날 근무가 시작하기 전까지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고용부는 추가로 배포한 자료에서 이번 제도 개선의 취지를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선은 주52시간제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월간 연장 근로시간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으로 민간 전문가들의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교수 등 10명 안팎으로 꾸릴 계획으로, 현재 인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김덕준·변은샘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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