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RM도 즐긴 30년 밀면의 깊은 맛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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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손님 3000명 몰리는 ‘동래밀면’
사골, 채소 사흘 끓인 육수 깊은 맛
밀가루, 옥수수 섞은 면은 졸깃‧구수
신맛‧단맛‧매운맛 조화 양념도 일품

밀면은 부산시가 선정한 ‘부산의 향토음식’이다. 여름이 되면 부산에서는 누구나 밀면을 먹는다. 부산 사람이라면 단골처럼 다니는 ‘추억의 밀면 식당’이 한두 곳 있게 마련이다. 동래 수안동에도 많은 사람이 30년 가까이 밀면을 즐긴 맛집이 있다. 동래119구조대 앞의 ‘동래밀면(대표 구본열)’이 바로 그곳이다.


구 대표는 경남 밀양 상동면 안인리 출신이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기술을 배우려고 부산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졸업한 후에는 친척이 운영하던 공장에서 일했다. 나중에는 직접 사업에 손을 댔다.

식당을 시작한 것은 1994년이었다. 처음에는 갈빗집을 하다 업종을 밀면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밀면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당연히 손님이 찾지 않았다. 다른 밀면 식당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혼자서 공부도 한 덕분에 나름대로 ‘비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손님이 3000명을 넘었다.

‘동래밀면’의 식탁 중 하나에는 사진이 잔뜩 놓여 있다. 대형 사진 간판도 세워져 있다. 세계적 인기그룹 BTS의 RM 김남준이다. ‘동래밀면’에서 그가 밀면을 맛보고 간 이후 여러 나라 ‘아미’가 이곳을 찾아와 가져다놓은 사진이다. 이른바 ‘BTS 맛집 성지’인 셈이다.


물 밀면의 육수는 사골을 12시간 우려낸 국물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감초, 계피등 한약재 4가지와 양파, 무, 생강, 마늘, 후추 등 채소 7가지를 넣고 10시간 더 끓인다. 육수를 끓였다 식혔다 다시 끓이는 데에만 사흘 걸린다.

물 밀면의 육수부터 떠먹어봤다. 향긋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루에 손님 3000명이 왔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면은 밀가루에 옥수수 전분을 5대1의 비율로 섞는다. 이렇게 하면 졸깃하면서 구수한 맛이 더해진다. 냉면처럼 질기지는 않으면서 밀가루로만 만든 면보다 훨씬 씹는 맛이 좋다. ‘동래밀면’을 다녀간 한 고객은 인터넷에 ‘여기 물밀면이 진리’라는 댓글을 달았다.


비빔 밀면의 양념은 믹서로 잘게 간 야채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넣은 뒤 마늘, 생강, 파인애플, 키위 등과 소금을 추가한다. 양념은 약간 매콤하면서 상큼하고 달콤하다. 밀면의 3대 특징인 신맛, 단맛, 매운맛이 조화를 잘 이룬 맛이다.

‘동래밀면’의 또다른 장기는 들깨칼국수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잘 팔리는 메뉴다. 구 대표는 “칼국수에 들깨를 넣은 것은 부산에서는 우리 식당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들깨칼국수의 핵심은 찹쌀가루를 섞은 밀가루 반죽이다. 부추를 갈아 넣어 파란색인 반죽은 저온 냉장고에 넣어 하루 숙성시킨다. 이렇게 하면 존득하게 씹는 맛이 강해진다. 면이 뚝뚝 끊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들깨는 껍질을 벗겨 가루를 낸 뒤 땅콩가루를 섞어 칼국수에 넣는다. 들깨가루만 넣는 것보다 훨씬 고소하다.

국물은 멸치와 채소를 우려낸 물이다. 밀면 육수처럼 평범해 보이는 칼국수 국물에도 30년 가까운 연륜이 배어 있다. 경험과 연륜을 이길 수 있는 맛은 없다.


왕만두도 인기 메뉴다. 피는 물론 속까지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 속에는 양파, 부추, 호박, 당근, 돼지고기와 비계를 넣는다. 채소 맛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맛이다. 속이 꽉 차서 씹는 맛도 좋다.

‘동래밀면’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단골도 많다. 부모를 따라 다녔던 어린이가 어른이 돼 다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에 취직한 젊은이가 부산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이곳에 밀면을 먹으러 오기도 한다. 인터넷 댓글에도 비슷한 내용이 많다. ‘신랑이 제일 좋아하는 집, 연애할 때 자주 온 곳.’ ‘오랜만에 온 추억의 가게, 여전히 맛있네요.’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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