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품과 전시장 공간이 하나가 되다
공간과 작품이 하나가 되었다.
조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이배 개인전 ‘oblique/비스듬히’에서는 작품과 공간이 어우러져 하나가 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oblique’는 ‘비스듬히’라는 의미와 함께 무언가를 ‘움직인다’는 뜻도 가진다.
‘숯의 작가’ 이배 개인전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 조현화랑 달맞이와 조현화랑 해운대에서 7월 3일까지 열린다. 조현화랑 달맞이에서는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설치와 오일파스텔 작업, 조현화랑 해운대에서는 붓질의 시리즈별 작품과 조각, 수채화 작품을 전시한다.
이배 개인전 ‘oblique/비스듬히’
조현화랑 달맞이·해운대서 전시
벽과 바닥에 ‘회화-설치’ 눈길
이배 작가는 30여 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숯이라는 재료를 만나게 된다. ‘모든 생명의 물성이 끝나고 나면 그게 숯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해 수묵의 세계, 숯이 머금은 불의 에너지 등 숯을 꾸준히 연구하고 작가로서 작업을 펼쳐왔다. 작가에게 숯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하는 매개체이자 한국적 정서를 함축하는 상징이다.
이배 작가의 작업에서는 시간성과 신체성도 의미를 가진다. 숯은 소나무에서 시작해 숯이 되는 과정, 불로 태워지는 과정을 통해 그 생명이 연장된다. 숯은 영원이라는 시간의 응축을 의미한다. 작가의 드로잉 작업 ‘붓질(Brush stoke)’에서는 붓 자국으로 몸의 미세한 움직임과 작가의 호흡을 드러낸다. 이 붓 자국은 숯의 결과 닮아 있다.
이배 작가 개인전은 조현화랑 달맞이가 리모델링을 마친 이후 처음 여는 전시이다. 리모델링은 부산의 가가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1층 공간 전체가 캔버스가 됐다. 작가는 전시장의 벽과 바닥에 종이를 바르고 ‘회화-설치’ 작업을 시도했다. 관람객이 발을 딛고 선 바닥이, 전시장의 벽이 바로 작품이 되는 것이다. 1층 안쪽에 벽과 벽이 만나는 코너에 그려진 둥근 획 그림도 인상적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기존 건물 위에 거대한 박스를 씌어 올린 형태로 새로 만들어낸 전시 공간이 나온다. 특히 전시장 한쪽의 유리창을 통해서는 달맞이길과 멀리 바다까지 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2층 전시장에서는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작품 ‘불로부터(Issu du feu white line)’를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절단한 숯 조각을 접합하고 표면을 연마해 숯이 품고 있는 광택을 끌어냈다. 평면이 된 숯 위에 흰색의 드로잉 라인을 더해 ‘음과 양, 밝음과 어둠, 존재와 부재’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051-747-8853. 오금아 기자 chris@